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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하나투어 갑질..'진짜 갑'은 따로있다

  • 2016.04.08(금) 11:33

▲ 하나투어가 운영중인 SM면세점

 

하나투어가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상대로 소위 '갑질'을 했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달 30일 교보증권은 하나투어와 관련 '면세점 사업이 회사 전체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낮췄다. 하나투어 IR 담당자는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항의했다. 보고서 분석이 잘못된 것 같다는 톤으로 전화를 했고, 나중에는 기업탐방을 못 오게 하겠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간담회를 갖고 논의 끝에, 지난 7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증권사 32개 리서치 센터장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에는 "상장회사의 성장성 등 기업가치에 관한 의견은 애널리스트는 물론 모든 시장참가자별로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증권사의 조사분석자료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단 "투자자들이 시장의 다양한 의견을 접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정보의 흐름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용상 특정기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하나투어 경우 처럼 목표주가를 낮췄다고 해서 보복 차원으로 정보를 차단시켜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개인 소신에 따라 상장기업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매도(Sell) 의견을 냈다고 해서 해당 기업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성명서 발표의 계기를 준 기업 IR 담당자의 행동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행적`을 대입해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왜 대상이 하필 하나투어 였을까?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IR 담당자의 '갑질'은 대형 상장사일 경우 더욱 심하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IR 담당자가 기업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우호적인 애널리스트에게만 고급 정보를 주는 일은 업계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실제로 전자업종의 한 대형 상장사 IR 그룹장은,  목표주가를 낮췄던 애널리스트에게 어떤 정보도 주지 말고 기업탐방 일정도 받아주지 말라는 지시를 팀원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해당 애널리스트는 기업정보를 얻는데 적지않은 곤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SK증권은 이달 1일 보고서를 통해 'CJ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유료방송 가입자 모집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보고서 전문을 삭제했다. 이는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사업자 간 경쟁촉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그룹 관계사 SK텔레콤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지상파방송 보도가 나간 직후였다.  

 

증권업계에는 이미 펀드매니저(운용사)-IR담당자(상장사)-애널리스트(증권사) 순으로 '갑을병'식의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대형사일 경우 갑질의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한다. 그러기에 "상장사 IR 담당자의 행태에 대해 문제시 될 것이었다면 벌써 이뤄졌어야 한다. 하나투어 같은 중소형 상장사를 대상으로 이제서야 호들갑을 떤다"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만약 하나투어와 비슷한 사례가 향후 대형 상장사에서도 벌어진다면, 그 때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어제와 똑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의 행동에 박수를 유보할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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