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아람코 상장 준비, 에너지 시장 판세 바뀌나

  • 2016.04.08(금) 19:12

아람코 가치 10조弗..사우디, 국부펀드 론칭
저유가 맞물려 에너지기업 M&A 본격화될 듯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 거대 이슈가 등장했다. 글로벌 원유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의 기업공개(IPO)다.

 

지난 1월4일 사우디의 모함메드 빈 살만 제2 왕위계승자(왕자, 아람코 최고위원회 의장)는 아람코의 신규 기업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빈 살만 왕자는 “기업공개를 통해 아람코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패를 근절하면 사우디 시장 및 아람코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관련 정책에 대한 의욕을 갖고 있음을 피력했다.

 

◇ 아람코 기업가치 10조달러

 

8일 관련업계 및 사우디 영사관 등에 따르면 아람코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원의 확인 매장량은 원유 2610억 배럴, 천연가스 5000억 배럴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현재 민간 석유기업 중 최대인 엑슨모빌의 12배 규모다.

 

하루 원유 생산량은 1040만 배럴 수준이어서 세계 석유 공급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원유 생산 뿐 아니라 석유정제와 석유화학산업 등 다운스트림 사업에선 글로벌 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해 다수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람코가 지분 63.4%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쓰오일도 이 중 하나다.

 

시장에선 아람코가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원의 정확한 매장량이나 생산단가 등이 공개되지 않아 기업가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아람코 상장 시 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달러(290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아람코의 전 시니어 어드바이저인 모함마드 알 사반은 아람코 기업가치가 10조달러(1경1616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했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

 

아람코는 초기에 5% 내외의 소규모 지분을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람코 가치를 10조달러 수준으로 본다면 5%만 해도 5000억달러(약577조원) 수준이다. 다운스트림 부문 주식 30~49%를 매각할 수도 있는데, 이 사업의 가치는 1000억~1500억 달러(115조~173조원)로 추산된다.

 

초대형급 아람코의 상장 배경에는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사우디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현재 사우디가 인구 급성장 및 높은 청년인구 비율, 이란 등과의 정치적 갈등, 저유가로 인한 재정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 판매 수입에 의존한 성장이 한계에 직면해 시장주도 경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실업률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광업과 석유화학, 제조업 등 주요 분야 생산성 향상 등 적극적인 민간부문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람코의 상장은 사우디 국영기업 민영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사우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1700억달러(196조원) 규모의 상장기업 주식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에너지기업 M&A 본격화 될까

 

사우디는 아람코 상장을 통해 M&A를 단행해 석유 의존도가 큰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에너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우디는 아람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국부펀드를 조성, 대규모 M&A에 나설 계획임을 내비쳤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에너지 기업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 원유 생산비용은 그대로지만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그 만큼 수익성이 악화되는 탓이다.

 

반면 아람코와 같은 글로벌 메이저 오일 기업들은 높은 시장 점유율과 긴축경영 등을 통해 저유가 상황을 버틴다. 이 과정에서 도산한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이는 기회로 삼아왔다.

 

이런 맥락에서 저유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국제유가 흐름을 살펴보면 시장에서의 수급 상황보단 사우디 OSP(Official Selling Price)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에너지 기업들의 M&A를 노리는 사우디가 OSP를 낮춰 당분간 저유가 기조를 유지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고유가 시대(1970~1985년)에는 멕시코를 비롯한 신흥국들의 공격적 투자와 증산으로 글로벌 오일 메이저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이후 공급과잉 현상 등으로 1985년부터 2000년대까지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과잉투자를 단행했던 신흥국 기업들이 도산하자 메이저 기업이 M&A에 나섰고,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다시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아람코 상장 계획은 당분간 저유가 현상을 유지하면서 도산한 기업들을 M&A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아람코를 비롯한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입장에선 아람코를 통한 외연확장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정보분석실은 “자본 규모가 큰 아람코 상장으로 인해 사우디 주식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사우디는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나라 입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과 글로벌 금융시장이 받을 수 있는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대 기업인 아람코가 사우디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서 사우디로 옮겨야 한다. 손 연구원은 "이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선 6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아람코 상장은 당분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물론 금융시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