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엔고 '굳히기'…증시 마냥 웃어도 될까

  • 2016.04.11(월) 10:21

엔화 강세 추세전환 움직임…부양·개입효과 제한될듯
車등 수출주 숨통…엔 캐리·안전자산 선호 약화는 부담

한동안 부각됐던 엔저 공포가 무색해졌다. 지난 1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엔화가 추세적인 강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엔저 약화는 엔화 환율에 특히 더 민감한 수출주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엔화 강세 기저에 글로벌 경제 둔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가 작용하고 있는 만큼 오롯이 호재로 누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경고도 맞선다.

 

 

◇ 치솟는 엔화값, 방향 틀었다

 

지난주 달러-엔 환율이 110엔을 밑돌면서 엔화 약세 기조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100주 이동평균선을 밑돌면서 추세전환으로까지 여겨진다.

 

과거 100주 이평선을 상향돌파할 경우 상승추세 가속화로 여겨졌고 하향이탈 후에는 엔화 강세 전환이 뚜렷했다. 특히 엔고 압력이 커지자 그동안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세력들이 기존 포지션을 접으면서 강세를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다.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으로서는 엔화 강세 전환이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본 통화정책의 한계점을 드러낸 동시에 아베노믹스 실패로까지 평가되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이 엔화 강세를 그냥 두고만 보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외한시장 개입이나 추가부양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엔화강세가 지속될 것이란데 무게가 실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미국이 긴축속도를 조절하면 일본도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엔화 강세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대신증권도 "달러-엔이 100엔을 밑돌거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즈음에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속도를 늦출 뿐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 모처럼만에 웃는 수출주

 

그간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은 엔화 약세로 국내 수출주들이 고전한 것을 감안하면 엔화 강세 전환은 이들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부분이다.

 

한일간 수출 경합도가 큰 산업에는 적지 않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차 등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업종의 경우 엔-원 환율 상승이 강세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 자동차업종과 엔-원 환율과의 상관계수(출처:유안타증권)

 

하나금융투자는 수출주 투자심리 회복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내수주에서 수출주로 초점이 이동함을 시사한다며 엔저 여파가 심했던 업종의 낙폭 만회와 함께 엔터테인먼트와 카지노, 소프트웨어 업종 내 엔화 매출 기업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도 "상대적으로 급격한 엔화 강세는 국내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동시에 그간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 받았던 국내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재유입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엔고 기저의 안전자산 선호 부담

 

다만 일부에서는 그동안 엔화 약세 덕분에 가능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약화 가능성이나 최근 엔화 강세 기저에 안전자산 선호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더 주목하고 있다.

 

엔 캐리 자금이 신흥국 증시에 일부 자금줄 역할을 해줬던 만큼 엔화 강세가 이를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엔화 강세에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반영됐다는 측면에서도 결코 좋은 신호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곱씹을만하다.

 

당장 일본만 해도 디플레 탈출이 쉽지 않게 되면서 증시가 크게 하락했다. 연초 이후 가장 양호한 성적을 거둔 자산이 엔화(9.5%)와 함께 금(15.3%)이었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동락 코리아에셋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가 단순히 수출 경합도 차원에서 우호적이란 요인 외에 안전자산 선호나 캐리 트레이드 위축 가능성을 반영했다면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엔화 강세를 막연히 주식시장 상승 요인으로 인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2014년엔 운수장비업종 지수가 엔-원 환율과 유사한 궤적을 보였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에는 엔-원 환율 상승에도 불구, 운수장비업종지수는 반등하기보다는 횡보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