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시원스런 반등이 기대됐던 코스피가 좁은 박스권에 꽁꽁 묶였다. 최근 5거래일간 일중 등락폭이 10포인트 미만에 그칠 정도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고 유가가 반등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도통 움직일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것.
시장에서는 추가 동력 확인과 함께 숨겨진 리스크에 더 주목하는 양상이다. 다만 지수가 크게 밀릴 여건이 못된다는 점에서 실적개선 종목 등 기회찾기가 지속되고 있다.
◇ 5거래일간 연일 10포인트 미만 등락
지난 2월초부터 발빠른 반등을 시작했던 증시는 지난달 2000선을 잠시 돌파한한 후 좁은 박스권에 갇혔다.
1950선이 넉넉히 지지되는 가운데 지난 6일부터 등락폭이 10포인트 미만으로 제한되면서 1970선 초반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지난 6일 8.58포인트 오른 후 7일부터 이날까지 등락폭은 3포인트 미만으로 더욱 줄었다.
이런 흐름은 지난 3월 이후 형성된 우호적인 분위기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행보다. 미국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확인되고 유가도 40달러대로 반등했지만 증시는 쉽게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모처럼만에 삼성전자이 어닝서프라이즈 이후 1분기 실적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는데도 이 역시 별다른 동력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 박스권 이유 있었네
이처럼 국내 증시가 좀처럼 시원스러운 반등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2000선 돌파를 앞두고 번번히 발목을 잡은 펀드 환매가 있다. 외국인이 비교적 견조한 매수세를 유지했음에도 기관 매물이 맞서며 주가가 더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
실적 기대감이 커지긴 했지만 최근 이미 증시가 박스권 상단까지 반등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11배에 위치하면서 업종대표주의 1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뿐 아니라 좌표 역할을 하는 글로벌 증시 전반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나 유가 반등이 글로벌 증시 전반에 호재임에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 역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원자재 강세에 따른 자원부국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피로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환율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SK증권은 주후반 예정된 주요20개국(G20) 회의와 이달 중순 예정된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가 환율 방향을 결정지으며 증시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후반을 지나야 비로소 방향이 잡힐 것이란 얘기다.
◇ 박스권 속 기회찾기
이런 요인들로 당분간 박스권이 더 지속될 것이란데 무게가 실린다. 대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상승동력 축적은 계속 이뤄질 수 있다. 좀더 뚜렷한 호재가 출현해준다면 일거에 반등 탄력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도 종목 선택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도 어닝시즌과 맞물린 박스권 장세인 만큼 실적과 가격을 고려한 종목 선택을 조언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4월 증시는 대형주 이익 모멘텀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우세해 제한적 조정 압력과 등락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리스크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의 투자심리 개선과 함께 개별 종목 강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1,2분기 연간 영업이익 개선세가 확인되고 가격메리트가 더해진 업종선택이 필수라며 화학과 전자정보(IT)가전이 유망할 것으로 봤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영업이익 전망치 개선이 이어지고 전분기대비 양호한 증가율을 보여온 종목들로 LG화학과 LG전자, 현대산업, 포스코대우, 한화테크윈, 대환유화, 한섬, 솔브레인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