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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 늪에서 탈출할까…1분기 실적 '가늠자'

  • 2016.04.17(일) 13:36

제품 가격 인상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 커져
원가 상승으로 기대에는 못미칠 듯..2분기에는 반등

국내 철강업체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발(發) 제품가격 인상 덕에 국내 철강업체들도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급격한 실적 반등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대비로는 분명 좋아지겠지만 전년대비로는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1분기에 비록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는 했지만 이는 기반 다지기로 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눈여겨 볼 것은 1분기에 다진 기반을 바탕으로 2분기에 의미 있는 반등에 성공할 것인가 여부다.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실적 반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나아진 수익성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해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지난 1분기에 매월 각 제품군별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에 가격 인상은 엄두도 못냈던 국내 철강업체들은 오랜만에 맞은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수년간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공급 과잉의 그늘에 가려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여기에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 가격 하락으로 제품가격 인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제품 가격 인상이 미뤄지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포스코의 경우 작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1분기에 들어서면서 반등의 기회를 맞았다. 염원이었던 제품 가격 인상에 성공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1분기 영업이익이 기존 시장의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개선된 시황과 원료 가격의 상승, 제품 가격 인상이 맞물린 결과다.

▲ 자료:대신증권(단위:억원).

영업이익률도 포스코의 경우 작년 4분기 2.4%까지 떨어졌던 것이 1분기에는 4%대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1분기에 8%대의 영업이익률을 거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작년 평균에는 조금 못미치는 수치지만 업황 부진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제품 가격 인상이 가져온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방증이다.

포스코는 이번 가격 인상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자증권에 따르면 포스코는 1분기 판매량이 전기대비 52만톤이 감소했다. 하지만 탄소강 판매가격이 톤당 1만9000원이 오른 반면 원재료 투입단가가 톤당 8000원이 줄어 수익성이 개선됐을 것으로 내다봤다. 발목을 잡았던 해외법인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도 포스코의 실적 향상을 점치는 이유다.

현대제철은 제품 가격 인상에도 불구 실적이 크게 호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유는 작년 말 단행된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 때문이다. 영업이익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대제철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0.8%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 우려할만큼 실적이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 단기적으론 긍정적

철강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분명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뜻밖의 호재로 글로벌 철강업황이 미약하나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철강 업황을 좌지우지하는 중국 시장의 변화가 긍정적이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최근 가동률을 올리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고가 줄고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도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철강 시장의 경우 중국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한동안 과잉 생산된 중국의 재고 물량이 국내에 저가에 들어오면서 국내 철강 시장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같은 연관성 때문이다. 

▲ 단위:억원, P=포스코, H=현대제철.

눈여겨 볼 점은 증권시장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대부분 전기대비로는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년대비로는 감소할 것으로 봤다는 점이다. 제품 가격 상승과 중국 시장의 호조에도 불구 국내 철강사들의 1분기 실적이 전년대비로는 감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1분기에 시작된 제품 가격 인상이 실적에 많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원료 가격 인상이다. 1분기에는 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이 함께 올랐다.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매출은 올라간다. 하지만 원료가격이 올라가면서 원가 부담이 늘어난다. 이는 실적 향상에 걸림돌이다. 즉 제품 가격 인상분이 원료 가격 인상분을 얼마나 상쇄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분기는 향후 실적이 올라가기 위한 '기반 다지기'라는 분석이다. 1분기에는 원가 상승으로 실적 향상이 제한적이었지만 적어도 2분기부터는 눈에 띄는 실적 향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1월과 2월에 이어 4월과 오는 5월에도 잇따라 제품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실적 반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 실적 반등 계속 이어질까

문제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1분기 '기반 다지기'를 바탕으로 실적 향상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다. 일단 증시에서는 2분기에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좀 더 길게는 3분기까지는 이어가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중국의 철강 시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 반등에 대해 낙관할수 있는 건 1분기와 2분기가 철강 성수기인데다 중국의 철강업황 개선이 2분기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1분기 실적 반등에 걸림돌로 작용한 원료 가격도 호주 업체들이 반등한 철광석 가격을 바탕으로 수출을 늘리면서 현재는 가격이 하향 안정화 돼있다. 따라서 원가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실적 반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 시장에서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실적 반등은 오는 2분기, 낙관적으로 본다면 3분기까지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반등이 이처럼 길게 가지 못하는 까닭은 최근 가격 상승에 힘입어 가동률을 급속하게 올리고 있는 중국 업체들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철강 시장이 지금은 회복되고 있지만 언제든 급변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 섣불리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반면 실적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 여부에 여전히 의문을 갖는 것은 중국 시장의 움직임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중국의 부동산 지표 반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은 철강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 부동산 지표 상승은 개발이 필요한 3~4선 도시가 아닌 중심부인 1~2선 도시 위주인 만큼 중국 부동산 경기 상승이 지속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또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올해 9000만톤의 조강설비 폐쇄 계획도 기대에 못미쳐 구조적인 철강 시황 개선으로 보기에는 아직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아울러 중국 철강 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중국 철강업체들이 급속도로 가동률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이후 수요가 소진될 경우 또 다시 공급 과잉 현상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런만큼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는 분명히 의미있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후에는 중국의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만큼 실적 반등이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없다. 다만 국내 철강 시황이 중국에 후행하는 만큼 낙관적으로 본다면 3분기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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