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일본 지진]한국 제조업, 반사이익 있을까?

  • 2016.04.18(월) 15:00

차·전자등 수급차질..당장 수혜 가능성은 낮아
중화학분야 영향없어..관광·항공업 희비 엇갈려

일본 규슈 구마모토 지역에서 발생한 연쇄지진이 국내 산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웃나라 재앙을 호재로 삼을 순 없지만, 국내 주요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일본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만큼 이번 지진으로 인해 반사이익이 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현재로선 이번 지진으로 인해 일본기업들이 받는 영향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들이 많다. 구마모토 인근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이 조업을 중단한 상태지만 한국기업들에게 주는 효과를 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또 다른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 자동차·전자, 실질적 이익 가능성 낮아

 

이번 지진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효과를 당장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생산라인이 위치한 만큼 자동차산업에서 일정부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도요타와 닛산 등 생산공장은 물론 아이신정기, 르네사스 등 부품업체들이 위치해 있다. 현재 이들은 조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도요타의 경우 국내기업과 경합하는 북미 등에 해외공장을 운영하는 등 당장 대규모 생산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업체들의 조업 중단으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피해복구와 조업 및 선적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시장 판매 등에서 한국업체의 반사이익도 일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당장은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상황에 있어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당장 상대수혜를 논하기 이르며 일본 업체들의 피해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전자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일시적인 조업중단 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겠지만 이런 상황이 한국기업에게 당장 수혜를 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내 생산차질 부품들이 곧바로 한국산으로 대체되기 어렵고, 국내 업체들이 일본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제품도 있어 한국이 일본기업들의 공장조업 중단을 마냥 반길 상황은 못된다는 조언도 있다.

 

일례로 이번 구마모토 지진으로 소니의 이미지센서(CIS) 공장이 생산을 멈췄고 소니는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CIS를 공급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소니 구마모토 라인이 정상가동할 때까지 수급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하이투자증권도 "소니의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 원가 비중은 낮지만 고사양 제품군에서 소니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만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니가 애플 아이폰 차기작 부품공급업체인 만큼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자업계에서는 앞으로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란 반응이다. 만일 추가적인 지진 등이 발생해 피해지역이 확대되거나 조업중단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거래선 변경 등이 이뤄지며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 중공업·화학, 지진피해 없어

 

중화학분야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철강업계의 경우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다. 포스코는 오사카, 나고야, 큐슈, 요코하마 등 일본 6곳에 코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요코하마 센터만 미약한 피해가 있을 뿐 나머지 센터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일본쪽과 연락을 취하며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일본에서 슬라브를 공급받고 있는 동국제강도 재고량이 충분해 이번 지진사태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지진으로 일본 철강업체들의 제철소 가동이 중단돼 단기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JFE 지바제철소, 스미토모금속 카시마제철소 동경제철 우츠노미야 공장, 신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 등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들 제철소의 가동 중단으로 일본의 철강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물량을 국내 업체들이 소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도 큐슈 지진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곳이 일본의 조선업체들이 몰려있는 곳과는 거리가 있는데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후판 등의 양도 적어 국내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체들의 경우 후판 등은 상당 부분 국내 업체를 통해 물량을 조달하는 만큼 이번 지진사태에 따른 피해는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일본 정유·화학사들의 피해도 없다는 분석이다. 과거 일본 동부 대지진의 경우, 해당 지역에 일본 유화기업들의 정제 및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가 있어 피해가 컸다. 당시 일본 코스모오일과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 등은 지진으로 인해 생산설비 가동을 멈췄고,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 바 있다.

 

이에 반해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구마모토(남부) 지역에는 유화제품 생산설비가 많지 않다. 국내에선 이번 지진으로 일본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가 오이타현에 있는 정유공장의 선적을 중단한 것 외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에는 일본의 고객사 및 관계사에 공식적으로 애도문을 보내는 등 일본 유화업계 피해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며 “다행히 이번 지진으로는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구마모토 지진으로 인해 일본 정유·화학사들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아시아 지역 내 석유화학 제품 수급이나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대일여객은 우울..유커(遊客) 유입 예상도

 

관광·항공업계에는 긍정과 부정요인이 혼재하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지진으로 구마모토 공항이 폐쇄되자 지난 16일 인근 후쿠오카 공항으로 임시 운항편(A321 기종)을 긴급 편성했다. 구마모토 현지에 있던 승객 136명을 육로로 후쿠오카로 이송해 인천으로 수송하기 위해서다.

 

아시아나는 일본 규슈 지역에 인천~구마모토·미야자키 노선을 주 3회, 인천~후쿠오카를 주 21회 운항 중이었다. 그러나 공항 폐쇄로 구마모토 노선은 당분간 영업을 하기 어려워졌다. 아시아나는 일정 기간 이 구간 예약 승객들의 예약 변경이나 환불을 수수료 없이 처리키로 해 영업 차질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

 

다른 항공사의 경우 구마모토 노선이 없지만 일본 전지역에 대한 지진 발생 불안이 가중되면서 대일(對日) 여객 감소 우려가 나타고 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의 경우 규슈 지역에서는 후쿠오카에만 취항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대일노선 감편 계획은 없지만 향후 예약이 줄어들면 노선별로 운항 편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항공 및 관광·면세점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홍콩 정부는 구마모토에 대해 여행경보 3단계중 1단계인 황색경보를 발령했고, 중국 대형여행사들도 약 1개월간 재난지역 여행을 중단키로 했기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규슈 등 일본지역으로 향하려던 중국 등 제3국 해외여행객이 제주도 등 우리나라로 올 수 있다"며 "대일여객이 줄더라도 전체적인 여객수요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