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다시! 구조조정]①품고만 있던 칼 빼들다

  • 2016.04.18(월) 15:04

총선 후 부총리 이어 금감원장도 구조조정 강조
조건부 자율협약 현대상선이 정부 의지 `가늠자`

4.13 총선이 끝나자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지난 10년간 단한번도 제대로된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던 우리 경제가 내년 대선 정국 이전 마지막 골든타임을 맞았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우리 경제와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현대상선 등 조선·해운업이 그 첫번째 시험대다. 정치 이슈를 벗어던지고 순수한 경제 논리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이뤄낼지 짚어본다.[편집자]

 

"채권은행들이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원칙에 의거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 달라"

확연한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이달 채권은행의 주채무계열에 대한 정기신용위험평가를 앞두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데 방점을 찍었던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엔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4.13 총선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경제수장들의 표정은 엄했고, 목소리는 커졌다.

 


◇ 움츠렸던 경제수장, 구조조정 목소리 키웠다

진 원장은 18일 오후 9개 은행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대주주의 소극적 자세, 노조의 집단행동 등으로 구조조정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원칙에 따른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계열의 무책임한 꼬리자르기도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만성적 한계기업이나 경영개선계획 미이행 기업 등에 대한 엄정한 평가도 당부했다.

진 원장은 이날 상당한 시간을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는데 썼다. 기업 구조조정이 늦춰지는 배경이나 방해 요인 등을 조목조목 나열하면서 타이밍을 재차 강조했다.

 

총선 전인 지난 8일 진 원장이 주최한 기업구조조정 간담회에서 과감한 구조조정 주문보다 구조조정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데에 더 신경썼던 것과는 대조된다. 관련기사☞구조조정도 ISA 경고도 모호한 금융당국

총선이 끝나자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다시 마련한 것처럼 보였다.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현지에서 "공급 과잉업종·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고, 빨리 해야 한다"며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특정 업체를 거론하며 구조조정을 강조한 발언은 이례적이다.

 

▲ 18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은행장 간담회 모습.(사진=금감원)



◇ 물러설 곳 없는 현대상선, 바로미터

현대상선은 이런 정부의 의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해놓은 얘기도 있다.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현재 진행하는 해외 선주사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나 사채권자 채무유에 협상 등 어느 하나라도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단의 자율협약은 없던 일이 된다. 곧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이미 한 차례 원칙을 깨고 자율협약부터 시행했다. 그때도 총선 직전이었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채권은행이 자율협약을 시행할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을 스스로 깨고 탄생한 조건부 협약이다. 용선료 협상이 자꾸 늦춰지는 것이 좋지 못한 시그널로 인식되지만 이르면 이달말이나 내달초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때쯤 채권은행과 금융당국도 '고(go, 채무조정)할지, 백(back, 자율협약 무산)할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지지부진하게 또다시 협상 소식만 기다린다면 이 역시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그동안은 대우조선해양도 그랬고, STX조선도 마찬가지로 '고'하는 쪽에 힘이 실렸다.

 

채권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사실 업황이 좋지 못한 조선·해운 쪽에 신규자금을 넣고 싶은 은행이 어디 있었겠느냐"며 "결국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후유증을 감내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