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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발품 끝에' 새로 쓴 제빵史

  • 2016.04.19(화) 22:15

SPC·서울대, 전통누룩서 천연효모 발굴
160억 투자해 제빵분야 원천기술 확보

▲ 서울대학교에 위치한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천연효모를 배양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아낸 것과 같습니다"

제빵그룹 SPC와 함께 전통누룩에서 제빵용 천연효모를 찾아낸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서진호 교수는 19일 토종 천연효모 발굴의 의미를 이 같이 설명했다. SPC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는 빵에 적합한 천연효모를 발굴하고 최근 제빵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수입 이스트를 쓰지 않고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교수는 "고유의 발효 미생물 종균이 거의 없는 국내 발효식품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쾌거"라고 말했다.

효모는 빵을 발효시키고, 빵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과 같다. 하지만 국내 제빵회사들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배양한 상업적 효모, 곧 이스트를 사용해 빵을 만들어왔다.

천연효모의 바탕이 되는 천연균주를 찾기가 어렵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천연균주에서 효모 추출에 성공하더라도 상업화를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견주면 엔진을 개발(천연효모 발굴)하기보다 수입해 쓰는 게 여러모로 유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구진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이번 연구를 후원한 허영인 SPC 회장은 토종 천연효모 발굴을 국내 제빵업계의 자존심이 걸린 일로 여겼다. SPC 관계자는 "허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빵의 핵심 요소인 '효모'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전통누룩에서 천연효모를 찾아내는 것도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SPC가 천연효모 발굴을 위해 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제품 출시까지 무려 11년이 걸렸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청정지역인 청풍호, 지리산, 설악산 등에서 미생물을 채집하고, 토종꿀, 김치, 누룩 등 한국의 전통식품 소재를 구하기 위해 각 지방의 5일장을 찾아다녔다. 그간 분석한 토종 미생물만 1만여개. 천연효모 발굴에 들어간 비용만 160억원에 달했다.

토종 천연효모에는 'SPC-SNU 70-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SPC와 서울대의 영문약자(SNU)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천연효모는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적고 다른 원료의 맛을 살려주면서 쫄깃한 식감을 내는 게 특징이다. SPC는 이 효모에 대한 국내 특허를 등록하고, 국제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프랑스,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선 지정국가 등록을 진행 중이다.

토종 천연효모를 사용한 빵은 지난 13일부터 전국 파리바게뜨를 통해 27종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SPC는 순차적으로 제품종류를 확대하고 삼립식품 등 다른 계열사를 통해서도 천연효모빵을 선보일 예정이다.

 

SPC 관계자는 "향후 해외 파리바게뜨의 제품도 토종 천연효모로 만들어 글로벌 베이커리들과 경쟁할 예정"이라며 "차별화된 원천기술 확보로 세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갖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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