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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옥시사태 유족이 당한 5년..겪어보니

  • 2016.04.20(수) 17:50

옥시레킷벤키저 한국지사·영국본사 무대응 일관
글로벌기업 상대로 피해자 할수있는 일 없어 답답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는 피해보상 조치에 대해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래서 옥시의 사과 및 보상 계획을 묻기 위해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57) 옥시 대표이사가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의 H아파트를 지난 19일 찾아갔다. 그 앞에서 4시간여 동안의 지리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이 아파트는 스페인 대사관으로부터 약 50m가량 떨어져 있는 고급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언덕 꼭대기에 있어 한남동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사프달 대표가 거주하는 아파트 면적은 202.54㎡(약 61평)로 한달 월세가 750만∼85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1년이면 렌트비만 약 1억원이다.
  
아파트 사유지로 들어설 경우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는 경비실 관계자의 말에 따라, 정문에서 30여m 떨어진 길 위에서 밤 7시부터 11시반까지 그를 기다렸다.

'피해자에게 사과할 계획이 있습니까?'

사프달 대표를 향해 준비한 첫 질문이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수 년전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5년째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이기도 하다. 메아리 없는 질문은 입 안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이날 그를 만날 순 없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옥시 본사(영국 레킷벤키저의 한국지사)를 찾았을 때도 1층 출입구에서 제지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IFC 빌딩에 위치하고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사프달 대표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자리를 비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회사의 모든 전화는 불통이었다. 10여차례 시도 끝에 옥시의 한 관계자를 통해 사프달 대표에게 메모를 남겼지만, 답신은 없었다. 그후 어렵사리 사프달 대표의 지인을 통해 메모를 전달했다. 대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사프달 대표는 하루전인 18일 하루종일 바쁘게 집과 사무실을 오간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옥시 관계자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를 하루 앞둔 시점이다. 아파트 인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18일 낮 12시경 집을 떠나 수 차례 집을 오갔으며, 밤 11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꽤 급박한 상황이 진행됐다는 것을 짐작케했다.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대변인 역시 대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본사 홍보팀 측은 "담당자가 아니라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며 "담당자에게 연락처를 남기면 전화하겠다"고 말한 후 연락이 끊겼다.

이와 관련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사과를 듣기 위해 수도없이 전화하고 회사로 찾아갔지만 대표와 단 한번도 얘기할 수 없었다"며 "어쩔 때에는 사무실이 있는 층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경비원에게 곧바로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해 유족들은 옥시 측의 사과를 듣기 위해 5년 전부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 팀장은 "영국 본사에서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한국지사에서 책임질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농약에 쓰이는 유독성분을 함유한 옥시의 '옥시싹싹 NEW가습기당번' 제품은 지난 2001년 출시돼 판매중단에 이르기까지 10년동안 시중에 팔렸다. 겉면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믿고 사용한 소비자 중 현재까지 알려진 사망자는 103명이다.

고통은 유족과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평생 숙제로 남겨졌다. 피해자들은 폐이식수술을 받거나 폐가 굳어가는 폐섬유화증 등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이지 않은 옥시는 국내에 데톨, 파워크린, 오투액션, 비트 등 유명제품을 판매하며 지금도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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