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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사과한다며 달랑 이메일 하나만

  • 2016.04.21(목) 18:43

[업데이트] 겉으론 사과문, 속내는 '피해사실 인정못해'
"진상 파악해 해결방법 찾으려 했다" 합리화 시도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옥시는 21일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자료를 기자들에게 이메일로만 배포했다. 지난 18일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가 기자들 앞에 직접 등장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여러차례 고개를 숙인 것과 차이가 난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안과 관련해 좀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본 건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본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저희가 할 의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자료는 외견상 사과문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러나 자사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표현은 담고 있지 않다. 사과의 이유도 피해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잘못 때문이 아니라 조금더 일찍 소통하지 못한 것으로 국한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사망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인원만 100명이 넘는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및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옥시의 사과를 듣기 위해 5년전부터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옥시는 단 한 번도 피해자들이 납득할만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이날 입장자료에서도 옥시는 자신을 변명하는 내용을 곳곳에 배치했다. ▲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렸고 ▲ 어렵고 복잡한 사안의 진상을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고자 노력해왔다는 것 등이다.

옥시는 또 "피해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경청해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옥시의 본사가 있는 영국 런던까지 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피해자와 시민단체측 주장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옥시는 공개적인 사과 대신 민사소송을 낸 피해자들과 개별적인 합의에 주력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옥시는 이날 입장자료에서 "상당 부분의 사안들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해 합의에 이르러 종결됐다"며 "고통을 받으시는 분들에게는 적절하고 신속한 해결 방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옥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몇 명과 합의했는지, 합의금이 얼마인지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옥시는 피해자들과 합의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해 합의금을 주는 것은 아니며, 합의 후에는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모든 내용을 비공개로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옥시는 민사합의와 별도로 '인도적 기금'이라는 명분의 기금 50억원을 추가로 조성해 환경부와 환경보전협회에 기탁하겠다고 밝혔다. 옥시는 지난 2014년에도 같은 명목으로 50억원을 기탁했지만, 이 돈은 여전히 사용되지 않고 있다. 옥시 관계자는 "기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환경부와 환경보전협회에 달렸다"며 "우리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담긴 자료를 폐기하고, 임직원들의 이메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회사 정책상 이런 행위들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증거인멸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직원 개개인의 잘못일뿐 회사측은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뗄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옥시 관계자는 '회사와 무관하게 직원 개개인이 벌인 일이라는 의미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및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번 옥시의 입장과 관련해 "이건 사과가 아니다. 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 옥시레킷벤키저가 21일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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