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뾰족한 해법 없다"…구조조정 여전히 안갯속

  • 2016.04.26(화) 13:57

각자 살길 찾는 구조조정 제시…기존 원칙론만 재확인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무산되면 법정관리 '최후통첩'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나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당장 취할 수 있는 액션은 없었다. 국책은행 등 채권단 중심으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을 더욱 잘 하겠다는 기존의 원칙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다.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급기야 지난 주말엔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어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했고, 오늘(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업종별 소관 부처 차관 등으로 구성된 구조조정협의체도 열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 협의체 논의 결과는 '역시나'였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조선·해운사에 대한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철강·석유화학 등 공급과잉업종에 대해선 장밋빛 전망 뿐이었다.

 

▲정부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사진=금융위)



◇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최후통첩

 

그나마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재 추진 중인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이 성공해야 채권단의 지원이 가능하고, 실패시 채권단의 선택 옵션은 사실상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임 위원장은 "용선료 협상을 마냥 기다릴 순 없다"며 "최종 제안서와 함께 채권단이 희망하는 협상 시한을 선주들에게 제시하고, 의견을 주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후속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시한을 5월 중순으로 잡고 있다. 이어 "용선료를 낮춰줄테니 채권단이 지급보증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일부 협상이 난항중인데,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해 선주사를 강하게 압박했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동일한 원칙과 과정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다. 다만 산업은행은 어제 한진해운으로부터 조건부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받았지만, 보완을 요청한 상태다. 용선료 협상 등 정상화 추진 세부 방안에 대한 구체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다.

 

◇ 양대 해운사 합병은 아직 시기상조

 

한진해운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으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금융위는 부인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양사의 합병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양 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게 되면 채권단을 중심으로 해운산업의 상황, 채권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역시 합병안은 양 사 모두 정상화됐을 때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입장이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어느 한 곳이 정상화되고, 한 곳은 법정관리를 가거나, 둘 모두 법정관리를 가는 상황에선 합병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합병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상의 시나리오로 양사 모두 경영 정상화가 된다면 그때는 이미 합병 얘기는 쏙 들어가고 난 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 정국 전 남은 8개월간의 골든타임 안에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모르겠지만 합병은 역시나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 뾰족한 해법 없는 조선사…각자 살길 찾아서

조선업종의 경우 수주량 급감으로 경영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기존 자구안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접근하는 등 여전히 원칙론적인 언급만 되풀이했다.

대우조선에 대해선 당초 계획 대비 추가 인력 감축 등 추가 자구계획을 수립한다는 입장이다. 중소형 조선사인 STX조선은 올 하반기 대외여건을 감안해 경영정상화 또는 회생절차 전환 등 손실 최소화방안을 마련하고, 성동조선은 신규 수주 저조가 지속되면 향후 근본적 대책을 재검토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대형 3사간의 빅딜 등 합병 가능성에 대해 임 위원장은 "사업 재편이나 합병을 하는 등의 문제는 업계 스스로 자율적인 의지로 구현돼야 한다"며 "정부 주도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구속력 없는 컨설팅과 장밋빛 전망만


현대중공업(KEB하나은행)과 삼성중공업(산업은행)에 대해선 주채권은행이 최대한의 자구계획을 징구하고, 집행상황을 관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현재 정상기업이어서 주채권은행이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는 그동안 선제적인 구조조정이란 명분으로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이 밟아왔던 길(재무개선약정)이고 조선사도 마찬가지다. 성동조선은 무려 5년간 자율협약을 이어왔지만 여전히 회생 가능성엔 의문이 든다. 하물며 정상기업 하에서 주채권은행이 힘을 발휘하고 강제력 있는 자구안을 요구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 주도의 산업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것이기도 하다.

 

대신 정부는 조선산업 전반에 대해선 미래 포트폴리오, 선종별 수급전망, 업체별 최적 설비규모 등 제시를 위한 업계 공동의 컨설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편향되지 않게 냉정하게 분석하고, 정부도 컨설팅 결과를 의미 있게 참고하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선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철강·석유화학에 대해서도 여전히 장밋빛 전망 뿐이다. 각 업계 스스로 경쟁력 진단을 위해 자율적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역시나 공동의 컨설팅만으로 구속력있는 대안과 해법이 나올지 의문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번에 컨설팅만 하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정부가 업계와 함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공동으로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컨설팅만 하고 마는 것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