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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안갯속…마주선 증시

  • 2016.04.26(화) 15:38

조선·해운주 단기 노이즈…나머지 산업은 완충 가능
장기 체질개선 긍정적 불구, 구체적 해법 부재 우려

5대 취약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증시도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과 충당금 부담이 예상되는 은행들에게는 단기 악재로 지목된다.

 

조선과 해운 외에 나머지 산업들은 완충능력이 충분한데다 이번 구조조정이 산업 전반의 체질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증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을 위해 추가 부양이 병행되야 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날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안이 예상된 수준에 그치고 혁신적이고 전방위적인 해법이 나오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 조선·해운주 단기 부담..나머지는 완충 가능

 

26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금융감독 등 관계 부처는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기업 구조조조정을 세 가지 트랙으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세 트랙은 경기민감업종, 대기업그룹 및 개별기업, 공급과잉업종이다.

 

정부는 조선·해운업 상황이 다른 업종에 비해 심각하다고 판단,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한 대기업 그룹과 개별기업 중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해선 상시 구조조정을 하고,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했던 철강·석유화학·건설업은 업계 자율적으로 설비 감축이나 인수·합병을 하도록 지원한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조선과 해운 등 구조조정 해당 산업 종목들의 주가가 여러차례 요동쳤다. 한진해운은 전날(25일)까지 4일째 약세가 이어졌고 지난 22일 자율협약 신청 소식으로 25일 1800원대까지 밀렸다가 반등 중이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나올 때까지 불안한 주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당수 산업들은 충격이 제한적인데다 중장기적으로는 체질 개선 기회란 측면도 놓치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해운과 조선은 단기 '노이즈'가 예상되지만 철강과 석유화학, 건설, 은행 등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해운과 조선의 경우 당장은 부담이 부각되지만 구조조정 성과에 따라 글로벌 판도 변화에 새롭게 편승할 수 있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철강의 경우 중국 경쟁업체대비 월등한 기술 우위를 감안할 때 일부 중소형 철강사로 파장이 국한될 것으로 점처지고 있다. 석유화학과 건설은 완충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은행의 경우도 충당금 부담이 일부 불가피하지만 시중은행의 여신 비중은 국책은행에 비해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관련 부실 발생 시 대형은행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최근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자율협약 신청기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지 않고 선제적인 손실처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 체질개선 기대..추가부양 도움 

 

시장에서는 업종별 희비뿐 아니라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관심사다. 일단 구조조정으로 인해 해당업종의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하고 구조조정 자체가 경기후퇴에 따른 결과물이기 때문에 언뜻 보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칼을 대는 것으로 본다면 시장 측면에서 분명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구조조정 이후 경제환경이 승자독식으로 전개되고 결국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승자를 기억한다"며 "코스피 지수는 상장페지 종목이 늘던 해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구조조정 계획과 대상기업 확정전까지 주가는 지지부진했지만 구조조정이 구체회되면서 본격적인 브이(V)자 반등을 보였다.

 

다만 그는 "이번 구조조정 추진주체 성격과 속도가 IMF 때와 다른 만큼 과거와 같은 터닝포인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구조조정 계획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시장에 중립 이하의 재료이고 관망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 대규모 실업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기 부양책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도 시장에 일면 희소식일 수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경기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통화완화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감안하면 시장 충격은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근본적 해결책 부재 '한계'

 

반면 이날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안에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전방위적인 해결책은 물론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심리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한진해운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으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날 금융위는 부인했다. 조선업종의 경우 수주량 급감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기존 자구안을 강화하는 안 등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조선사 합병 역시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철강과 석유화학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면서 업계 스스로 컨설팅만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향후 자구안이 나오더라도 구속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 위주 중후장대산업 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잠재적인 비용부담이 큰 것이 이번 문제의 핵심"이라며 "현 한국 경제와 산업이 처한 구조조정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자본확충과 재정확대, 통화완화정책 등 전방위적인 정책이 동시에 수반되지 않으면 구조조정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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