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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국세청 'KO'시킨 기업들

  • 2016.04.28(목) 08:12

1분기 뒤집힌 법인세 심판청구 분석
보쉬·교원·CJ E&M '취소'…대우건설·디아이디 '경정'

세금을 향한 기업들의 불만은 끝이 없습니다. 매년 1000건을 넘는 조세심판 청구가 국세청을 상대로 벌어지는데요. 이 가운데 기업들이 세금을 돌려받는 사건은 1/3 정도입니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이 이길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지난 1분기에는 조세심판원 법인세 심판청구의 절반(114건 중 57건)이 인용됐고, 서울행정법원 세금 소송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기업이 세금을 돌려받았다는 건 국세청이 무리하게 세금을 매겼거나, 잘못 낸 세금을 바로잡았다는 의미인데요. 비슷한 과세 문제를 겪고 있는 기업이나 경쟁사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겠죠. 지난 1분기 기업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승리한 결정적 요인을 살펴봤습니다.

 

 

# 보쉬의 엔진기술 세금..'취소'

 

독일에 본사를 둔 보쉬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핵심 엔진 기술을 국내 기업에게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쉬는 사용료 소득에 대한 법인세도 국내기업으로부터 원천징수해서 국세청에 냈는데요. 뒤늦게 노하우의 이전이 아니라 단순 인적용역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실제로 보쉬가 전해준 기술은 엔진부품을 테스트하는 서비스에 불과했고, 이에 대한 법인세를 돌려달라고 국세청에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습니다. 한독(韓獨) 조세조약에는 독일 회사가 국내에 제공하는 기술이 핵심 노하우일 경우 사용료 소득으로 보고 법인세를 내야하지만, 단순 기술은 그냥 사업소득이니까 세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고 나와있는데요.

 

즉 보쉬의 엔지니어링 서비스가 단순 기술이냐, 핵심 기술이냐에 따라 세금이 결정되는 상황이었죠. 조세심판원은 "보쉬가 제공한 기술에는 도면이나 명세서도 없고, 지적재산권 이전 약정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과세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보쉬 사건의 대리인은 안진회계법인이었습니다.

 

# CJ E&M이 판 주식 법인세..'취소'

 

요즘 케이블 방송을 점령하고 있는 CJ E&M은 2005년에 한 케이블 방송사 주식을 샀다가 2011년에 팔았는데요. 국세청은 2014년 세무조사를 통해 CJ E&M이 주식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팔았다며, 주식 가격을 다시 계산해 법인세를 추징했습니다.

 

하지만 CJ E&M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케이블 방송사 주식을 팔기 전에 인수합병과 관련한 계약 위반으로 투자금액의 3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낼 처지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해당 회사는 프로그램 무단 방송과 대표이사 배임으로 형사고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죠.

 

실제로 당시 CJ E&M이 주식을 팔면서 해당 케이블 방송사는 CJ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됐고, 채널 광고수입 감소로 손실을 냈습니다. 조세심판원도 CJ E&M이 계산한 주식 양도가격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국세청 과세도 '취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CJ E&M의 과세불복 사건은 삼일회계법인에서 담당했습니다.

 

# 교원 부회장 주식 세금..'취소'

 

학습지 '빨간펜'으로 잘 알려진 교원도 주식 문제로 국세청에 세금을 추징 당했는데요. 2013년 5월에 이정자 전 교원그룹 부회장으로부터 9만1540주의 계열사 주식을 산 것이 문제였습니다. 회사의 특수관계자인 이 전 부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샀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더 낸 겁니다.

 

그런데 교원그룹 내부에는 다른 사정이 있었습니다. 이 전 부회장은 2012년 3월 부적절한 처신으로 해임된 상태였고,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중이었죠. 이후 법원의 중재로 교원이 이 전 부회장의 보유 주식을 인수하는 대신 소송을 취하하기로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국세청에 낸 세금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 주식을 산 게 아니라 소송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전 부회장과 장 회장이 적대적인 관계였기 때문에 오히려 주식 가격도 합리적으로 산정됐다는 게 심판원의 결정 이유였습니다. 교원의 심판청구 사건은 세무법인 티앤피가 해결했습니다.

 

 

# 대우건설 아파트 부가세..'경정'

 

푸르지오 아파트로 유명한 대우건설도 세금 불복에 나섰습니다. 2012년 9월 시공사로 나선 아파트가 미분양되면서 공사 미수금이 발생했고, 이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56채를 취득(대물변제)했는데요. 대우건설은 아파트를 취득한 부분에 대해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를 받고 56채를 모두 임대했습니다.

 

국세청은 대우건설이 부가세 매입세액 공제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며 세금을 추징했는데요. 조세심판원에서는 "아파트를 대물변제 받았다가 분양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임대한 것은 문제가 없다"며 대우건설에게 세금을 돌려주라고 결정했습니다.

 

다만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우건설이 임직원 14명의 횡령에 대한 형사소송 수수료를 비용으로 처리한 것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디아이디의 중국 인건비..'경정'

 

디아이디는 중국 자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한 인건비 문제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자회사에게 LCD 관련 임가공용역을 맡겼는데, 이때 지급한 인건비와 불량품 원가를 비용으로 처리한 것이 문제가 된 겁니다.

 

이후 국세청은 디아이디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불량품 원재료비와 인건비는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법인세를 추징했는데요.

 

디아이디는 2010년부터 작업 물량이 급증하면서 중국 자회사로부터 받는 관리수수료(마진)를 늘렸습니다. 관리수수료를 많이 받아서 이익을 남기는 대신 불량품 원재료비와 인건비는 비용으로 처리했으니, 법인세를 크게 덜 낸 것도 아니었죠. 심판원 역시 디아이디의 입장을 이해하고, 부당하게 세금을 줄이려는 것도 아닌 만큼 불량품 원재료비와 인건비는 비용으로 인정해주라고 결정했습니다. 디아이디 사건의 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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