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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복지포인트 1조3천억, 세금은 `나몰라라`

  • 2016.04.29(금) 09:48

"국세청은 왜 과세하지 않나" 소송
1심 법원 "제3자는 과세요구 못해"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복지포인트에도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은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유모씨가 공무원 복지포인트에도 과세해 달라는 민원을 처리하지 않았다며 국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탈세부패신고에 따른 민원처리의무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에서 소 제기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고 29일 밝혔다.

유씨는 국세청이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과세권 행사 등의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부작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제 3자인 유씨가 국세청장에게 공무원에 대해 과세권행사를 요구할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일반인이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세금 좀 걷어라"라고 요구하니 "그걸 제3자인 당신이 왜 요구하냐"는 결론이다.

 

 
# 1인 시위하듯 끈질기게 요구한 유씨

공무원 복지포인트 과세문제는 오래된 문제다.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는 공무원 연금매장이나 병원, 헬스장, 서점, 의류점과 식당 등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소득으로 보지 않고 비과세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기업과 공기업에서 임직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는 소득으로 보고 소득세가 과세되고 있다는 점인데, 각계에서 2006년부터 국세청에 과세요구가 있었으나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요구하고 기획재정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답변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 복지포인트만 비과세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던 유씨는 2010년부터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이의를 제기했다. 2010년 9월부터 2015년 7월까지 8차례에 걸쳐 국세청에 과세하라는 진정을 넣었다. 국세청은 2012년 10월까지 제기된 4건의 진정에는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는 회신을 유씨에게 전했지만 그 이후에는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유씨는 국세청이 자신의 민원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헌법, 청원법, 민원처리법, 부패방지법, 국세기본법, 국세청민원사무처리규정, 기획재정부 부패행위신고 처리규정, 탈세제보자료 관리규정, 탈세제보포상금 지급규정 등 9가지 법령 및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 법원 "제3자는 과세요구 못해"

그러나 법원은 유씨의 주장에 법률근거가 없다고 봤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마땅히 해야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소송, 즉 부작위소송을 제기할 요건이 안된다고 밝혔다.
 
행정소송법에는 '부작위의 위법 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 사람'만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유씨는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대해 과세여부가 본인에게 직접적인 법률상의 이득이 없는 제3자라는 것이다.
 
법원은 또 헌법과 청원법상 청원권은 의견이나 희망을 진술할 권리이지 청원을 받은 국가기관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하는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유씨 주장의 근거가 된 다른 법률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을 냈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및 국세청민원사무처리규정에 따라 민원사무처리 결과 통지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세권행사 등 구체적인 처분에 대한 신청권까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기획재정부 부패행위신고 처리규정 및 탈세제보자료 관리규정에 대해서도 "공무원의 부패행위, 탈세 등에 대한 신고 및 그 신고에 대한 결과통보 절차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법률상의 이익이 없는 유씨에게 공무원들에 대한 과세권행사 등 구체적 처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부패방지권익위법 역시 유씨가 과세권 발동을 요청했을 뿐 부패행위를 신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 적용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언제까지 성역?

법원이 유씨의 소송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공무원 복지포인트 과세문제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유씨가 이에 불복해서 항소한다면 대법원까지 문제를 끌고 갈 수도 있다. 

또 유씨 혹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다른 국민이 이번 행정법원이 각하 사유로 판단한 내용을 보완해서 새롭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행정법원 김규동 공보판사는 "1심의 각하 판단을 인정하지 않고 상급심까지 소를 끌고 갈 수도 있고, 피고(국세청장)를 달리하거나 각하 사유를 반영해서 새로운 내용으로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1인당 연간 30만원에 해당하는 300포인트(1포인트=1000원)가 기본적으로 지급되고, 재직기간 1년마다 10포인트씩 늘며 부양자녀마다 50포인트를 더 주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중앙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예산만 한해 6000억원이 넘고, 지방공무원과 교육공무원을 포함하면 1조3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이 복지포인트 지급액에 15%세율로 소득세가 부과될 경우 과세에 따른 세수입 증대효과는 매년 2000억원 이상이 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은 사내 복지기금을 만들 수 없어 국가 예산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이라며 "사용처도 제한 돼 있고 급여처럼 소득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에서도 복지포인트 과세방안을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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