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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부진 현대차의 고육책…'기변' 카드 통할까

  • 2016.05.03(화) 17:21

내수·해외판매 모두 부진…마케팅 총력전 나서
휴대폰 마케팅 기법 도입…성공 여부는 미지수

판매부진에 빠진 현대차가 마케팅을 통한 판매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차는 올들어 4개월 연속으로 전년대비 판매량이 줄어든 상태다. 내수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고심끝에 새로운 카드를 뽑아들었다. 자동차에 휴대폰식 마케팅 기법을 도입키로 한 것이다.

◇ 깊어지는 판매 부진의 늪

현대차는 현재 판매 부진의 수렁에 빠져있다. 좀처럼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수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현대차의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내수 시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차가 올들어 4개월째 전년대비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다.

올들어 현대차의 판매량은 추세적으로 우하향하고 있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부여에도 불구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볼륨 시장인 준중형과 중형 시장에서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틈을 타 르노삼성과 한국GM은 물론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현대차의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성장의 근간이었던 내수 시장이 흔들리자 해외 시장도 함께 위태로워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해외 생산·판매가 눈에 띄게 부진하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현대차의 해외 생산·판매 대수는 전년대비 3.4% 줄어든 97만163대를 기록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현대차의 해외 생산·판매 감소세는 더욱 뚜렷해진다. 2014년 1~4월 누적 해외 생산·판매량은 101만4804대였던 것이 2015년에는 같은 기간 100만4626대로 감소했다. 연도별 전체 해외 생산·판매도 정체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판매 부진이 아직은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후폭풍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경쟁업체들에게 이제 현대차는 더 이상 넘어서지 못할 벽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현대차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자동차도 휴대폰 처럼 바꾼다

이처럼 판매 부진이 심각해지자 현대차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볼륨 모델에 대한 신차 출시 시점이 하반기에 몰려있는 만큼 그때까지는 마케팅으로 버텨야한다. 그래서 뽑아든 것이 휴대폰식 마케팅 기법이다. 자동차도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기기변경'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현대차가 선보인 '스마트 익스체인지(Smart EXchange)' 프로그램은 새 차를 사고 1년 뒤 신형 모델로 업그레이드 하는 새로운 구입 서비스다. 대상 차종은 그랜저(HG)다. 이달 중 그랜저를 구입하면 1년뒤 적은 부담으로 동급 신차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사실 현대차의 이런 마케팅 기법은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차를 구입한 고객이 실직했을 때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를 변형한 것이 이번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이다.

'스마트 익스체인지'는 ▲그랜저(HG)를 무이자 할부로 구입한 후 1년 뒤 동급 신차도 무이자 할부로 구입할 수 있는 '무이자 프로그램' ▲1년 간은 일정 선수금만 내고 부담 없이 그랜저(HG)를 타다가 동급 신차로 대차하는 '무이자거치 프로그램' 등 2가지 상품으로 구성된다. 현대차는 우선 이달에 한해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반응이 좋을 경우 확대 운영을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비록 판매 부진에 몰린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방식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대상 차종이 이제는 구형 모델인 그랜저에 국한된 데다 단순히 마케팅 전략의 전환으로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그랜저를 첫 타자로 꼽은 까닭

현대차는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 대상으로 그랜저를 꼽았다. 그랜저는 1986년 첫 선을 보인 이래 국내 대표 준대형 세단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판매중인 그랜저는 5세대 모델이다. 하지만 최근 판매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올해 하반기 6세대 그랜저 출시가 예정돼 있어 대기 수요 등으로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올들어 1월부터 4월까지 그랜저의 판매량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전체 판매량으로는 매월 3000대 후반에서 50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량이 포함돼 있다. 그랜저의 판매 감소분을 하이브리드 모델이 메워가고 있는 형태다. 지난 4월의 경우 그랜저 판매량 56165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1233대에 달했다.


현대차가 그랜저를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의 첫 타자로 꼽은 것은 비록 판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어서다. 여타 볼륨 모델들의 경우 경쟁업체들과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마케팅 프로그램을 적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그랜저의 경우 이렇다 할 경쟁 모델이 없어 시험대상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현대차의 생각이다.

만일 '스마트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통해 그랜저의 판매가 의미있는 반등을 보인다면 현대차는 이번 프로그램을 볼륨 모델로 확대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단 안정적인 그랜저를 시작으로 준중형과 중형 모델로 프로그램을 확대해 판매가 늘어난다면 현대차로서는 '기변 카드'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큰 효과가 없다면 현대차는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판매 확대를 위한 다른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따라서 현대차가 이번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는 크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일단 그랜저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예정"이라며 "경쟁업체들이 생각지 못했던 프로그램인 만큼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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