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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실적]현대차만 아쉬웠다

  • 2016.05.07(토) 07:48

현대차, 국내외 동반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
기아차·모비스는 선방…제철도 2분기 기대감

현대차만 문제였다. 여타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은 괜찮았다. 물론 현대제철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확실히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방점이 있다. 현대차는 그런 희망조차 없었다. 오히려 더 암울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핵심인 현대차의 사정이 좋지 않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내놨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현대차와 동일한 조건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뒀다. 현대모비스도 완성차 판매 감소로 모듈부문이 흔들렸지만 이를 A/S부문에서 막아내며 버텼다. 과거 현대차와 실적이 연동됐던 현상도 최근 들어서는 없어지고 있다.

◇ 현대차, '판매 부진'에는 장사 없다

현대차의 1분기 실적은 저조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6.7% 증가한 22조350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5% 감소한 1조3423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익도 전년대비 10.8% 줄어든 1조7681억원을 나타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한때 매년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 2014년에는 7조원대로 내려 앉았다. 그러던 것이 작년에는 결국 6조원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매출액은 매년 증가추세다.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전형적인 수익성 악화 케이스다.

▲ 단위:십억원.

현대차의 실적이 이처럼 좋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판매 부진 탓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수와 해외 모두 흔들리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는 수입차의 거센 공세로 조금씩 시장을 내주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틈을 여타 경쟁업체들도 치고 들어오는 형국이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작년에는 환율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올해는 신흥 시장에서의 부진이 현대차의 실적에 발목을 잡고있다. 현대차의 해외 판매는 지난 2014년까지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감소로 돌아섰다. 거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고전한데다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의 환율 변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 단위:대

이런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실적이 이를 말해준다. 1분기 현대차의 판매 실적은 전년대비 6.4% 감소한 110만7377대를 기록했다. 2분기로 접어든 4월달에도 판매 감소는 계속됐다.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경쟁업체들의 도전이 거센데다 내수는 개소세 인하 등 외형적인 호재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이 현대차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현대제철, 반등의 시그널을 보여주다

현대제철의 1분기 실적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일단 숫자상으로는 전년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0.18% 감소한 3조7438억원,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20.79% 줄어든 2691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익은 전년대비 34.8% 감소한 1585억원을 나타냈다.

현대제철이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은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 때문이다. 작년 말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상에서 톤당 가격 인하에 합의했다. 자동차 강판은 현대제철의 주력 제품이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60% 가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는 현대제철에게 큰 타격이 됐다. 협상 당시 국내 철강업황은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었다. 원료 가격 하락에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신음하던 시기였다. 제품 가격을 인상할 근거가 없었다. 따라서 자동차 업체들의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 16년 2분기 예상치는 신한금융투자 예상치.(단위:억원)

아울러 올해 1분기에 진행된 일부 제품가격 인상도 현대제철의 이번 실적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제품 출하와 유통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돼 이것이 실적에 반영되는 데에는 시간차가 있다. 이런 이유로 제품가격 인상분이 실적에 반영되지 못한 것도 현대제철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의 향후 실적 추이에 대해 낙관적이다. 일단 1분기 제품 가격 인상분이 2분기 실적에는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여서다. 여기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현대제철에게는 호재다. 2분기는 계절적인 성수기인 만큼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분기부터는 자동차용 강판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철근은 2분기 성수기를 맞아 가격이 소폭 인상이 예상된다”며 “열연, 후판, H형강 등은 이미 2월부터 가격 인상에 성공하고 있어 실적도 1분기 바닥 확인 후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기아차·현대모비스, '우리는 달라'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중 호실적을 거둔 곳은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현대차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불구 현대차와는 차별된 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기아차가 현대차와 달리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RV 모델 판매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

기아차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13.2% 증가한 12조6493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23.8% 늘어난 633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익은 전년대비 4.6% 증가한 9445억원을 나타냈다. 분기 기준으로 매출액은 작년 2분기부터,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부터 각각 전년대비 증가로 전환됐다.

기아차가 이처럼 호실적을 거둔 것은 내수 시장에서 RV 판매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1분기 기아차 내수 판매량 중 RV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41.6%였다. 현대차의 경우 21.5%에 불과하다. 고부가가치 차량인 RV모델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세단 비중이 높은 현대차의 경우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기아차의 RV 판매 확대는 현대모비스 실적에도 영향을 줬다. 현대모비스는 1분기 완성차 판매 부진으로 모듈 부문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RV모델 판매 증가와 A/S부문 실적 호조로 전체 실적은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내놨다. 결국 현대차로 인한 부진을 기아차의 판매 호조로 메운 셈이다.

현대모비스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6.8% 증가한 9조3395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2% 늘어난 7184억원, 당기순익은 11.4% 증가한 7952억원을 기록했다. 모듈 부문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6.4% 증가했지만 중국 물량 감소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6% 줄었다. 반면 A/S부문 매출액은 전년대비 8.5%, 영업이익도 28.1% 늘어났다.

특이할만한 점은 종전과 달리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실적이 현대차와 연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현대차의 실적에 따라 여타 계열사들의 실적도 함께 움직이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자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실적 디커플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에만 매몰되지 않은 실적을 보이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라며 "수직계열화 리스크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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