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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R 꼴찌…한화투자증권 ‘소방수’ 여승주에 실리는 힘

  • 2016.05.10(화) 14:59

한화그룹, '위기의 증권'에 6년만의 사실상 자금 지원
여의도 본사 건물 한화손해보험에 매각…1300억 확보

성적 부진을 겪는 와중에 수장(首長)을 교체한 기업은 보통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다. 내홍으로 불안한 외줄타기를 해오던 곳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변화가 절실한 시기의 선장 교체는 “왜 이제 오셨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조직원들이 새로운 동기 부여를 무장하면서 정신적으로 깨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가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 중 위의 현실과 부합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한화투자증권 여승주(56) 사장이다. 한화그룹의 핵심 ‘금융통’이라는 화려한 커리어를 배경으로, 위기의 한화투자증권을 구하기 위해 올해 2월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여기에 한화그룹의 돈과 지지가 여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허망…‘톱 10’ 도약의 꿈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 여의도 소재 본사 사옥인 한화금융센터빌딩을 관계사인 한화손해보험에 매각키로 했다. 한화금융센터빌딩은 지하 7층, 지상 27층으로 한화손보와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이 나눠 소유하고 있는 건물로, 이 중 한화투자증권 소유의 지하 7층과 지하 1층, 지상 1~8층, 지상 11층을 이달 중 1327억원을 받고 넘기기로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매각 건물을 다시 임차해 사용한다. 임차 기간은 오는 2021년 5월까지로, 매년 59억원을 임차료로 내게 된다. 반면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화손보를 통한 한화투자증권의 자금 지원 성격을 갖는다. 한화투자증권은 매각 이유에 대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영업 및 투자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한화투자증권의 재무건전성은 좋지 않은 편이다.


한화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로의 야심을 키우기 시작한 때는 2008년이다. 외부 환경도 부추겼다.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표방한 자본시장법 시행(2009년 2월)을 앞두고 있었다. 한화첨단소재(옛 한화엘앤씨) 등 그룹사를 비롯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1893억원(발행주식 2600만주·발행가 7280원)의 유상증자를 실시, 1999년 3월 이후 11년만에 자본확충이 이뤄졌던 게 2008년 3월이다.


2010년 6월에는 3430억원을 들여 옛 푸르덴셜투자증권을 인수했다. 이어 2012년 9월에는 아예 ‘한 살림’으로 합쳤다. 고객 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진 푸르덴셜투자증권을 통해 채널·영업인력ㆍ고객 등 자산관리 사업 역량을 키우는 한편 증권업계 ‘톱 10’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 불운…NCR, 6년만에 반토막


하지만 불운했다. 2011~2013년 적게는 134억원, 많게는 731억원 매년 예외없는 적자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영업 환경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고착화된 적자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전체 직원 21%(337명) 감원 등 경영 정상화 기반을 닦는 데도 나름 힘썼지만 약발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14년 88억원 흑자를 냈을 뿐 지난해 다시 12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한화투자증권은 2011년 3월 말(연결 기준 9382억원) 1조원에 가까웠던 자기자본은 작년말 말 782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언감생심, 현 자기자본 순위는 10위권 진입은 커녕 이 중반대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재무건전성이라고 좋을리 없다. 증권사 재무건전성 감독지표인 영업순자본비율(NCR, 적기시정조치 기준 150%)은 2010년 3월 말 542%에서 반토막난 262.3%에 머물고 있다.


이는 35개 국내 증권사 중 최저 수준으로, 외국계를 포함해야 겨우 꼴찌(274.7%)를 면하는 수치다. 전체 증권사 평균치 480.9%와 비교해 보더라도 218.6%포인트가 낮다. 이 같은 상황에서 1300억원의 자금 유입은 한화투자증권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화투자증권에 대한 한화그룹의 지원은 2010년 5월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계열 주주사 등 주주 대상의 1106억원(2000만주·5530원)의 유상증자 이후 거의 6년만이다. 올 2월 말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여승주 사장에게는 든든한 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1985년 한화그룹 입사 이래 핵심 계열사들의 재정 및 대형 딜을 맡아 온 대표적인 '금융통'인 여 사장은 최근 서울을 비롯한 지방의 50여개 지점 순회를 마쳤다. 경영진과 직원들간 내홍에 시달렸던 조직을 추스르는 한편 향후 경영전략의 해법을 현장에서 찾고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리테일본부를 WM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10개 권역제 운영을 통해 권역별 영업전략을 특화하고 자율권을 확대하는 등 영업 경쟁력 강화를 키워드로 하는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의 지지 속에 한화투자증권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여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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