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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세무사, 품위 지키기 어렵네

  • 2016.05.12(목) 09:40

전문가의 품격 - 세무·회계사편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와 같은 전문직군의 '품위 유지 의무'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언뜻 전문가다운 모범을 보이라는 '권고'에 지나지 않는 말로 들리지만 사실 품위 유지는 법적 의무에 속합니다.
 
전문직군은 품위를 손상하면 각 자격사법 등에 따라 징계를 받는데요. 지난해 강용석 변호사가 '너 고소!' 광고로 논란에 휩싸인 것도 이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강 변호사는 올해도 고소 남발 등을 이유로 품위 유지 의무 위반과 관련한 조사를 또 한 차례 받고 있죠. 

 
 
# 품위유지 위반 징계 받은 세무사 34명
 
올 들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세무사는 총 34명으로, 이들이 납부하게 된 과태료는 1억3370만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징계를 받은 변호사 9명, 회계사 0명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은데요.
 
이는 세무사 수가 다른 두 직군과 비교해 많은 것도 큰 이유지만, 이보다 더 복잡한 속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우선 세무사의 직무 관련 과실 등을 '품위 유지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도록 한 세무사법의 포괄 조항이 하나의 이유입니다. 
 
세무사법 제12조(성실의무)는 "세무사는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세무사의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세무사가 직무를 게을리해서 발생하는 과실 등이 모두 이 조항에 대한 저촉으로 징계 대상이 됩니다. 의뢰인이 만들어 온 허위 전표를 눈 감아 주는 것도 '게으른 직무'로서 품위를 떨어뜨리는 게 되는 거죠.
 
몇 년 전 본인 사무실의 장부를 허위로 작성했다가 과태료 300만원을 물게 된 `박영태 세무사건`은 세무사의 품위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이 건에 대해 대법원은 "세무사 개인의 조세업무를 직무에 대한 징계로 연결시킨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박 세무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 힘센 부처 기재부와 이해 상충
 
세무사법의 소관 부처는 기획재정부인데요. 기재부와 세무사의 이해가 상충된다는 점도 세무사 징계를 늘리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기재부의 주된 업무는 나랏돈을 어떻게 걷고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는 일인데요. 정부 내에서는 경제부총리를 겸하는 기재부 장관의 의전 순위가 대통령과 국무총리 바로 다음에 놓일만큼 가장 '힘센 부처'입니다.
 
이 힘센 부처의 주된 고민 가운데 하나가 "어떻게 하면 국민의 반발 없이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을까"입니다. 그런데 이는 "어떻게 고객에게 더 많은 절세를 도울 수 있을까"하는 세무사의 고민과 상반됩니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변호사와 회계사법을 소관하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와 비교해 세무사의 업무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최근들어 강화하고 있는 세무사 징계 추세가 '세수증대'를 꾀하는 기재부의 정책 목표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편 올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회계사는 0명이었습니다. 회계사법 제15조(공정·성실의무등)에도 "회계사는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를 근거로 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이는 회계사회가 품위 손상 자체를 직무와 연관해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회계사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은 자본시장법이나 외감법 등 회계사가 다른 법을 어겼을 때 처벌 수위를 높이는 가중처벌 요소로만 작용합니다.
 
회계사에 대한 징계가 허술해 보이는 문제에 대해 회계사회는 회계 직무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회계 업무인 감사의 경우, 최소 3명이 수행하기 때문에 징계도 개인보다는 법인 단위로 이뤄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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