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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삼성]上 '교통정리' 끝나간다

  • 2016.05.12(목) 17:54

삼성물산 정점, 전자·금융 3대축 완성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등 과제는 남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악화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 2년이 지나고 있다. 부친의 뒤를 이어 경영을 책임진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에는 적지않은 변화들이 생겼다. 외형적으로는 계열사 매각 등 사업재편과 함께 합병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다졌고, 내부적으로는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변화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수십년간 없었던 변화'라는 말처럼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은 지난 2년간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수차례 매각과 합병 등을 통해 수많은 계열사들이 얽혀있던 지배구조는 상당히 단순화됐다.

 

물론 삼성의 사업재편은 이건희 회장이 일선에서 활동하던 시기부터 시작됐지만 이전까지는 그룹 내부에서 사업을 재편하는데 그쳤다. 방산과 화학사업 등 계열사 매각, 삼성물산 합병 등 굵직한 이슈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단행된 변화다.

 

◇ 삼성물산 '정점'..전자·금융 3각 편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삼성의 사업재편은 숨가쁘게 이어졌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옛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매각된 것을 시작으로 그룹 내부 계열사간 교통정리가 계속됐다.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으로, 식자재 사업을 분리한 후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4년말에는 주식시장 상장도 마무리했다.

 

삼성에버랜드에 앞서 삼성SDS도 삼성SNS를 합병한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과거 제일모직의 소재사업은 삼성SDI에 합병됐다. 비주력계열사나 사업에 대한 매각도 단행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3년 삼성코닝정밀소재를 기존 미국 코닝에 매각했다.

 

특히 2014년말에는 한화그룹과 빅딜을 단행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산·화학 계열사를 최대 2조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방산과 화학사업이 그룹내에서 주력사업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삼성이 특히 '자의'에 의해 대규모 계열사 매각을 했다는 점에서 이 거래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삼성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10월 삼성SDI의 케미칼사업과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사업을 롯데에 매각하며 다시 확인됐다. 3조원에 육박하는 이 거래를 통해 삼성은 방산에 이어 화학사업에서도 완전히 철수했다.

 

지난해 이뤄진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같은 변화의 정점이다. 진통을 겪으며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이제 그룹의 최상단에 위치한 사실상 지주회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중심의 전자,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 등 3대 축을 완성한 상태다.

 

 

◇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등 과제남아

 

큰 그림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3대축을 만들었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우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넘겨받는 문제와 함께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등이다.

 

지난 1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37% 가량을 매입하자,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을 30%이상으로 높이면 이미 지분율 요건을 충족한 삼성화재와 삼성카드와 함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정비작업은 마무리된다.

 

다만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이른바 중간지주회사를 허용토록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특히 여소야대 구조가 된 20대 국회에서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극히 미미한 만큼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10조원을 훌쩍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지배력 상실없이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 등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제일기획 등의 매각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삼성의 사업재편 등은 큰 틀에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며 "삼성생명 지주회사 전환이나 삼성전자 지분 등에 대한 문제는 당장 삼성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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