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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성공조건]③정권 바뀌어도 살아남게 설계하라

  • 2016.05.18(수) 08:32

'연례행사' 위기타개식 대응 한계 노출
중장기 경쟁력 제고 위한 청사진 필요

총선이 끝나자 정부가 부랴부랴 기업 구조조정 논의에 불을 붙였다. 내년엔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이제라도 정부가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구조조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구조조정 추진의 주체와 방향성도 분명치 않고, 부처 간 손발도 맞지 않는다. 성공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해법을 찾아봤다. [편집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조조정에서 한발 더 나간 '산업개혁'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계기업 구조조정외에 새로운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국내 주력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산업개혁 목표 자체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느냐 여부와 함께 정치논리가 개입되며 자칫 '구호성' 목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제기된다.

 

◇ '발등의 불'만 꺼선 안된다

 

정부의 구조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만 해도 동양그룹 사태이후 일부기업의 유동성 위기설이 돌자 정부는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주도로 추진된 선제적 구조조정에 따라 당시 유동성 부족 대상으로 거론된 동부와 현대, 한진그룹은 각자 3조원 안팎의 자구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일부 계열사나 자산매각은 물론 상황에 따라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구조조정은 '선제적'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동부그룹의 제조분야는 사실상 와해됐고,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여전히 위기상태다. 한진해운 역시 말할 것 없다.

 

물론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 부진한 업황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당장 급한 '발등의 불'을 끄는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도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원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노출됐고, 결과적으로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은 물론 한계기업에 대한 대응 역시 당장 위기상황을 넘기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산업개혁 추진 방침을 밝혔다.

 

◇ '큰 그림'을 그려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산업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에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한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전체 산업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유 부총리가 '속도감'을 강조한 것은 내년부터 대선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속도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 부총리가 언급한 사물인터넷과 빅테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의 신산업은 단기간내 성과를 도출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가 언급한 유망 서비스업 육성 역시 마찬가지다. '속도감'보다 '꾸준함'이 요구되는 사업들이다.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선 중국 정부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0년 7대 전략적 신흥산업에 반도체를 포함시킨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이를 세계 첨단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만들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을 만들기도 했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의 반도체시장 공략은 최근 '반도체 굴기(堀起)'라는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칭화유니 그룹을 필두로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시장의 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도 산업개혁을 장기과제로 놓고,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청사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타협 등을 통해 대선결과나 여야대립 등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호흡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산업개혁 의지에 대해 어느 누가 반대하겠느냐"며 "다만 그동안의 경험에서 보듯 대선 등 정치 상황에 따라 정책이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은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신산업의 경우 정부의 규제 등에 따라 사업 존폐여부가 엇갈릴 수도 있다"며 "당장의 성과보다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아 뭐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유 부총리가 언급한 신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은 이미 수차례 발표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언제든 있는 것 아니냐"며 "결국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신산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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