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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파트 관리비 감사, `싸구려` 부실 우려

  • 2016.05.18(수) 13:33

1분기 아파트 감사 71.4%, '최저가' 계약
평균 감사보수 151만원…적정가 훨씬 못 미쳐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외부감사 계약 10건 가운데 7건이 '최저가' 기준으로 체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실 감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에 대한 외부감사가 의무화한 이후, 적정한 감사 보수 수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2016년 1분기 전국 아파트 감사 회계법인 선정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체결·공고된 총 322건의 아파트 외부 회계감사 계약 가운데 230건이 최저가낙찰제로 맺어졌다.
 
최저가낙찰제 계약 비중은 전체의 71.4%를 차지했다. 전국의 아파트 관리사무소 10곳 중 7곳이 감사인 계약 과정에서 가장 저렴한 회계법인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전국 322개 아파트의 평균 감사 계약금액(부가가치세 별도)은 151만원으로, 그동안 업계에서 적정 가격으로 논의된 200만~300만원 수준에 못 미쳤다. 감사 보수를 아파트의 각 세대가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세대당 평균 감사 비용은 2257원으로 추산됐다.
 
# 고가 감사 계약, 대부분 '적격심사제'로 선정
 
올해 1분기 감사 계약 건 가운데 금액이 가장 높았던 건은 서울시 강남구 시영아파트(30동 1970세대)로, 총 790만원(세대당 약 4010원)이었다. 외부감사인은 나우회계법인이며, 최저낙찰제가 아닌 적격심사제에 따라 업체 선정이 이뤄졌다.
 
두 번째로 감사비가 높았던 계약은 서울시 송파구 장미아파트(31동 3402세대)에 대한 감사 건으로 계약금액은 500만원이다. 다만 세대 수가 많아 세대당 부담 금액은 평균보다 적은 1469원 수준이다. 이 계약도 최저가낙찰제가 아닌 적격심사제에 따라 체결됐으며 안세회계법인이 맡았다.
 
반대로 가장 적은 금액의 아파트 관리비 감사 계약은 70만원 짜리 대구 수성구 아이프라임신매(6동 309세대) 건이다. 역시 안세회계법인이 수주했고 계약 방식은 최저가낙찰제였다. 
 
# 세대당 감사보수 부담액, 1000원 미만이 '8.4%'
 
각 세대가 부담하는 평균 감사 보수가 가장 낮았던 계약은 경기 안산시 동안구 평촌1차 한양아파트(25동 3227세대) 관리사무소가 연세회계법인과 맺은 감사 건으로 세대당 부담액이 372원에 불과했다. 이어 서울시 동대문구 래미안위브(32동 2652세대)와 위드회계법인이 체결한 감사 계약은 세대당 감사비가 377원이었다. 
 
세대 평균 감사비용 부담액이 1000원에 못 미치는 계약은 총 27건(8.4%)이었다. 이들 계약 가운데 1건(전주시 덕진구 송천주공아파트)을 제외하면 모두 최저가낙찰제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 저가 수주 '부실 감사' 우려 높아…품질 우선 돼야
 
아파트 관리비 감사 계약이 대부분 '저가 수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초 제도를 도입한 '관리비 투명성 개선' 취지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계법인이 저렴한 가격에 맺은 계약에는 인력과 시간도 적게 투입될 수밖에 없어 부실 감사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인 이총희 회계사는 이같은 저가 수주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회계사는 "주택법을 개정해 아파트 감사를 의무화했지만, 감사 가격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준이 없어 기존 관행대로 대부분이 최저가 수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감사 보수를 적게 책정하면 그 만큼 품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를 하기 어렵다"며 "하루 정도 보고 온 뒤 도장을 찍어주는 식의 부실 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감사 업체를 선정할 때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관리비가 투명하게 쓰이고 있는지 꼼꼼하게 감사해줄 회계법인을 찾으라는 것이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감사를 통해 관리사무소 관계자의 배임이나 횡령 등이 밝혀지고 시정되는 사례부터 쌓여야 한다"며 "감사에 쓰는 돈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되면, 합리적 수준에서 감사 계약 금액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제대로 된 아파트 감사, 관리비 절감으로 이어져
 
감사로 인해 관리비가 투명하게 운용될 경우, 오히려 '관리비 절감 효과'로 이어져 입주자들에게 이득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인회계사회가 지난해 감사 대상에 오른 9009개 아파트 단지 중 2000곳을 표본으로 추출해 감사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감사인이 제시한 총 1만3763건의 개선권고 사항을 시행에 옮길 경우, 줄일 수 있는 연간 관리비는 140억원에 달했다. 더구나 이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권고사항이 낳을 관리비 절감 효과는 제외한 금액이다.
 
심영수 공인회계사회 공동주택·정비사업심리센터장은 "2015년은 아파트 의무감사 시행 첫 해의 과도기로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하기 힘든 한계가 있었지만, 아파트 관리비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의미있는 발견들이 많이 이뤄졌다"며 "특히 관리비 절감과 직접 관련될 수 있는 사항들이 다수 있었던 점이 특기할만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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