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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2~3배…자살 더 늘어날라

  • 2016.05.23(월) 12:00

금감원, '소멸시효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 재확인
남은 보험 계약 280만 건 달해..자살 부추길 수도

과연 보험금을 더 주면 자살도 더 늘어날까?

 

대법원이 약관에 정해진 데로 자살에 따른 사망 역시 재해사망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로 보험사들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살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특히 자살을 하면 많은 보험금을 타낼 수 있는 계약이 아직 280만 건이나 남아 있어 오히려 자살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금감원 "소멸시효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라"

▲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23일 브리핑을 열고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금감원의 입장과 향후 처리계획'을 밝혔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대법원이 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자살에 따른 사망 역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며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소멸시효와 관련 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살보험금 논란은 생명보험사들이 보험 약관에 잘못된 문구를 넣으면서 비롯됐다. 통상 사망보험 상품에 가입한 2년 뒤 자살이 발생하면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면 된다. 반면 보험사들은 '재해사망 특별약관'에도 자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문구를 잘못 넣었다. 일부 보험사가 일본의 관련 상품 약관을 그대로 베껴다 썼고, 이후 다른 보험사들도 일제히 이 문구를 그대로 썼던 탓이다. 관련기사 ☞ [포스트]자살이 재해가 된 씁쓸한 이야기

금감원은 지난해 이에 대해 '약관대로 지급하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법원 역시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법원의 결정에 따르되, 사건 발생 2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료된 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금감원의 이날 브리핑은 이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나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권 부원장보는 "보험회사가 소멸시효 기간 경과에 대한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 실효 계약 280만 건…도덕적 해이 우려


문제는 이런 잘못된 문구가 들어간 보험 계약 건수가 아직 280만 건이나 남아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이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자살할 경우 더 많은 보험금을 타게 된다. 통상 '재해사망 특별약관'으로 받는 자살보험금은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2~3배가량 많다. 그만큼 자살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책이 마땅치 않은 것이 더 문제다. 일단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살 예방 캠페인 정도밖에 없다. 금감원은 "앞으로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계약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자살을 방조 내지는 부추길 수 있는만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자살 방지를 위한 예방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해당 계약의 약관을 소급해 개정하기도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금감원은 "(보험 약관 소급 개정은) 보험계약자가 이로울 때 금융위원회가 할 수 있다"며 "(이번 사안처럼) 보험 계약자가 불리할 때 소급 명령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법원의 판단대로, 남은 280만 계약에 대해서도 '잘못된' 약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 캠페인 외엔 마땅한 해결책 없어

이에 대해 보험업계 안팎에선 자살보험금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보험의 보장 취지를 넘어,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자살하는 경우 등 불미스러운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일단 대법원 판결에 따라야 하겠지만, 앞으로 발생하는 자살에 대해서는 대책이 마땅치 않다"며 "자살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건은 약관에 대해선 지급해야 한다는 조치"라며 "자살을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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