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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오너들이 안간 자리…' 신동빈은 왜 갔을까

  • 2016.05.30(월) 17:56

책임경영 강조·구시대 경영방식과 절연
롯데쇼핑에서 구긴 자존심 만회할 기회
호텔롯데, 다른 계열사 IPO에 기준역할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라 제가 직접 설명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호텔롯데 기업설명회(IR)'에 직접 참석해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협조를 요청했다. 오찬을 겸한 이날 행사는 1시간반 가량 진행됐다. 신 회장은 IR 내내 자리를 지켰다.

 


◇ 전문경영인 뒤에 숨지 않은 총수

호텔롯데는 내달 말 증시 상장(IPO)을 앞두고 있다. IPO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관투자자들 앞이라 해도 그룹 총수가 계열사 IR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드문 일이다.

역대 최대 공모규모를 기록했던 삼성생명 상장 때도 IR을 이끈 건 이건희 회장이 아니라 이수창 당시 삼성생명 사장이었다. 2014년 IPO 시장을 뜨겁게 달군 BGF리테일도 IR은 전문경영인이 주도했다.

호텔롯데에는 신 회장을 빼고도 3명의 전문경영인(송용덕·장선욱·박동기)이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있다. 신 회장이 아니어도 IR을 주도할 사람은 많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책임경영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IPO는 신 회장이 지난해 8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확보의 일환으로 약속했던 사안이다. 당시 신 회장은 형(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 ▲순환출자 해소 ▲지주사 전환을 약속하며 '손가락 경영'으로 상징되는 구시대 경영방식과 절연(絕緣)을 선언했다. 따라서 이번 호텔롯데 IPO는 계열사 하나를 상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최상단에 위치한 핵심 회사다.

◇ 호텔롯데는 당근이자 채찍

신 회장은 개인적으로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쇼핑 IPO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06년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롯데쇼핑을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롯데쇼핑 주가는 불과 6개월만에 공모가(40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뒤 지금껏 2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면 과거의 실패는 한 번의 실수로 치부된다. 하지만 호텔롯데가 롯데쇼핑의 전철을 밟으면 신 회장은 자본시장과 인연이 먼 총수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수 있다. 신 회장에게 호텔롯데 IPO는 10년만에 자청한 시험이나 다름없다. 공모가가 낮게 형성되면 첫 시험부터 체면을 구긴게 되고, 너무 높으면 주주들의 눈높이를 두고두고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신 회장은 이날 "호텔롯데는 국내 1위 호텔 체인이자 면세점에 압도적인 강점을 가진 회사"라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계속 성장'이라는 말은 투자자에 대한 당근이자 자신에 대한 채찍과 같다. IR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면 이 말의 책임은 전문경영인이 지면 되지만, 신 회장은 본인이 짊어지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는 호텔롯데 IPO는 호텔롯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인식도 자리잡고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뿐 아니라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다른 계열사들도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첫 주자인 호텔롯데가 주식시장의 외면을 받으면 그 다음 주자들의 흥행도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주가가 시원치 않으면 다른 계열사들의 IPO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 회장은 물론이고 그룹 차원에서도 상장과 주가관리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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