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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NEXT]②'호접몽'의 신세계 열린다

  • 2016.06.01(수) 16:33

'스페셜포스' 등 가상현실 버전 출시 앞둬
중견 게임사, 재도약 카드로 가상현실 '올인'

지난 21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플레이엑스포(PlayX4)'의 한쪽 부스에 유난히 관람객들이 몰렸다. 인기 온라인 총싸움게임(FPS) '스페셜포스'의 가상현실 버전을 체험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 것이다. 이날 개발사 드래곤플라이는 삼성전자 가상현실 기기인 '기어VR' 8대를 갖다 놓고 관람객이 직접 스페셜포스의 VR 버전을 즐길 수 있게 체험존을 운영했다.

 

체험존을 찾은 관람객은 70대 할아버지부터 8살 어린이까지 다양했는데 대부분 반응이 "신기하다", "이 정도로 생생할 줄 몰랐다"였다. 아직 개발이 완성되지 않은 테스트 버전인데도 반응이 뜨거웠다.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 VR 버전을 올 하반기에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어VR'용으로 먼저 내놓고 향후에는 '오큘러스 리프트'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플레이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드래곤플라이의 총싸움게임 스페셜포스의 가상현실(VR) 버전을 체험하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은 올해가 '가상현실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드래곤플라이를 비롯해, 엠게임, 한빛소프트, 조이시티 등이 올 하반기부터 관련 콘텐츠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오큘러스와 HTC, 구글 등이 관련 하드웨어를 내놓은 상태라 여기에 콘텐츠만 얹으면 되는데 국내에선 이들 중견 게임사들이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가상현실은 영화 '인셉션'에서 '드림머신'이란 기계 장치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꿈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과 종종 비교된다. 그만큼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치 중국의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았다는 고사 '호접몽(胡蝶夢)'과 같이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 하반기부터 가상현실 게임 '봇물'

국내 게임사 가운데 VR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드래곤플라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 외에도 유아용 변신로봇 캐릭터 '또봇'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만든 VR 게임을 올 하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야심작이자 현재 개발 마무리 단계인 '스페셜포스 VR'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기어VR, 전용 콘트롤러 3개의 장비를 구비해야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은 미래를 배경으로 지형지물 및 아이템을 활용해 적을 섬멸하는 전략적 재미를 비롯해 게임 진행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임 중간에 삽입하는 영화 같은 실시간 영상이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상현실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드래곤플라이는 지난 3월 시너지파트너스 등 4개 투자사를 대상으로 총 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한 바 있다. 조달 자금으로 가상현실 및 모바일게임 개발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광주시 남구 송하동에 있는 광주CGI센터에 체감형 가상현실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빛소프트 또한 온라인댄스게임 '오디션'을 활용한 가상현실 버전을 비롯해 요리와 영어 교육 등 다양한 소재의 게임 총 5종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종을 올 하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아울러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헬게이트'를 이용해 만든 가상현실 게임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외 온라인 무협게임 '열혈강호'로 유명한 엠게임, 농구게임 '프리스타일'로 유명한 조이시티도 가상현실을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하고 개발에 돌입했다. 엠게임은 실시간 전략 및 카지노 게임과 육성 시뮬레이션 인기작 '프린세스메이커'의 가상현실 버전을 개발하고 있으며, 조이시티는 인기 모바일게임 '건쉽배틀'을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 한빛소프트는 요리를 주제로 한 가상현실 게임을 비롯해 총 5종의 가상현실 신작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견 게임사 4인방, 가상현실에 사활

 

이들 게임사들은 가상현실 신작을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출시할 계획이다. 아직 국내에도 가상현실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발적인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게임 업계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이들 신작이 기어VR을 비롯해 오큘러스 리프트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는 점과 아직 가상현실 시장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선점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들 게임사들이 가상현실에 사활을 걸다시피하는 것은 신성장 동력을 발판으로 지금의 실적 부진을 벗어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실제로 가상현실을 내걸고 있는 게임사들은 죄다 실적이 신통치 않다. 드래곤플라이는 간판작 스페셜포스의 흥행을 이을만한 이렇다할 성공작이 없어 지난 2012년 75억원의 연결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순손실 적자를 이어갔다.
 
한빛소프트도 한때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게임 유통 사업으로 잘 나갔으나 자체 온라인게임 서비스로 성과를 내지 못해 지난 2010년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한 이후 작년까지 6년 연속 순손실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엠게임과 조이시티 역시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과거 전성기와 비교할 바가 못된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넷마블게임즈라는 걸출한 회사가 부상한 것도 불과 4~5년 밖에 안됐다"라며 "게임 산업의 트렌드가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왔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한 게임사와 그렇지 못한 업체들간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게임 트렌드를 따르지 못한 게임사들이 지금의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물결조차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시장에서 완전히 뒤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 업계에선 가상현실이 지금의 모바일게임을 이을 새로운 형태의 즐길거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강력한 컴퓨팅 파워, 3D 기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하드웨어 비용이 크게 떨어지면서 일반인들도 몰입감 있는 가상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은 인접 기술인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기기(입는 컴퓨터) 등과 결합해 실생활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육과 군사, 의료, 전시, 공연, 영화, 스포츠, 광고 등 모든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게임과 결합하면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떠오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중견 게임 업체들이 재도약의 승부수로 가상현실을 내걸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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