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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NEXT]③슬슬 끗발 오르는 고스톱

  • 2016.06.03(금) 11:00

규제 풀리자 게임사 실적 확연히 개선
모바일 신작 줄이어…"고성장 지속될 것"

'고스톱·포커류'의 줄임말 '고포류'는 게임사들이 썩 달가워 하지 않는 용어 가운데 하나다. 어감상 부정적인 느낌이 들거니와 사행성 논란을 일으키는 도박의 이미지가 묻어 나오기 때문에 고포류보다 '보드게임'을 선호한다.

 

하지만 '한게임 고스톱', '피망 포커'과 같이 실제 서비스명에는 어김없이 고포류가 따라 붙는다. 전통적 인기 장르인데다 고스톱·포커 만큼 30~50대 중장년층이 쉽게 즐길만한 게임이 없어서다. 지난 2014년 정부의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서 고포류 서비스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휘청였는데, 규제 전까지 주요 게임 포털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던 핵심 서비스가 고포류였다.

 

규제 여파로 거의 고사 상태까지 갔던 고포류가 살아나고 있다. 올 들어 규제가 완화되면서 게임의 재미 요소가 늘어난 것이 이용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을 확대한 것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일부 게임사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기도 했다.

 


◇ 고포류, '규제 악몽'에서 분위기 반전 

 

고포류는 역할수행게임(MMORPG) 등 다른 장르와 달리 개발에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증권사 추산으로 마진율이 80%에 가까울 정도로 운영비 효율이 높아 게임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14년 2월 말부터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는데 곧바로 '국내 3대 게임포털' 한게임·피망·넷마블 운영사들의 악몽이 시작됐다.

 

한게임 운영사인 NHN엔터테인먼트는 규제가 시행된 이후 첫 분기였던 2014년 2분기 연결 기준으로 7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1198억원으로 전년보다 21.3% 줄었다. 그해 연간 영업이익은 119억원에 그쳐 전년동기(521억원)에 비해 무려 4분의 1 가량으로 축소됐다. 피망 운영사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그해 연간 매출이 전년(4428억원)대비 반토막난 1950억원, 영업이익 역시 전년(963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30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모바일 신사업으로 일찍 눈을 돌린 넷마블게임즈는 다행히 규제의 찬바람을 비껴나가면 오히려 호실적을 달성했다.

 

휘청였던 게임사들이 올 들어 회복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3월 고포류 게임의 한판당 베팅 한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월 결제한도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했다. 특히 점당 2500원 미만의 소액 판돈이 오가는 게임방에선 상대방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했는데, 이 완화 조치가 이용자들 사이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네오위즈게임즈 등 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됐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올 1분기에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연결 매출은 571억원으로 전분기(481억원)보다 19% 늘었고, 전년동기(481억원)에 비해서도 19%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전분기 23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했고 전년동기 79억원의 영업이익에 비해서도 57% 늘었다.

 

이 회사가 100억원 이상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은 지난 2014년 1분기(170억원) 이후 무려 8분기만이다. 대작 온라인게임 '블레스' 출시 효과와 일본 자회사의 선전이 컸지만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던 고포류가 모처럼 힘을 내면서 힘을 보탰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모바일에서 '피망포커'와 '피망뉴맞고'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피망포커는 지난 2일 매출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2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50위 후반대에 걸쳐 있었으나 꾸준히 순위가 오르면서 올 들어 20위 안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 네오위즈게임즈는 한때 주력이었던 고포류를 다시 살리기 위해 마케팅 활동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 NHN엔터 "규제 완화로 트래픽 늘어"

 

'애니팡' 시리즈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맞고'란 고포류에 힘입어 모처럼 방긋 웃은 사례다. 선데이토즈는 지난 2014년 2분기를 정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분기 동반 뒷걸음질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올 1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반등에 성공하면서 무려 7분기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작년 12월 출시한 애니팡 맞고의 힘이 컸다. 애니팡의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고포류가 결합한 이 게임은 선데이토즈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회사측은 고포류 규제 완화 덕에 애니팡 맞고가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엔터도 고포류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4일 1분기 실적발표 이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고포류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NHN엔터는 "규제 완화 이후 게임 재미 요소가 증가했고 트래픽도 늘었다"며 "매출도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다만 어느 정도 성장할지는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NHN엔터 역시 올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138억원)와 전분기(-97억원)에서 각각 흑자전환했다. NHN엔터는 작년 1분기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이어진 적자행진을 5분기만에 벗어나기도 했다. 매출 역시 1년 전(1381억원)보다 47.4% 늘어난 2036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본업인 게임, 그중에서도 일본과 국내에서 선보인 '디즈니쯔무쯔무' 등 모바일 신작의 흥행이 컸다. 아직 고포류가 실적에 큰 도움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한때 NHN엔터가 고포류 성공에 힘입어 국내 최대 게임포털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규제 완화의 수혜를 받지 않겠느냐란 분석이 많다.

 

◇ 모바일로 옮겨온 고포류

 

살아난 고포류의 존재감은 올 2분기에 더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시행된 규제 완화 효과가 게임사들의 2분기 실적부터 제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포류 서비스가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접할 수 있는데다 게임사들도 모바일에 힘을 주고 있어 향후 이 분야가 고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련 게임사가 가운데 네오위즈게임즈가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이미 2014년부터 고포류 서비스를  온라인 PC 기반에서 모바일로 전환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고, 지난 2013년 하빈기 출시한 피망 포커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NH투자증권은 네오위즈게임즈에 대해 "웹보드 게임 매출은 규제 완화와 모바일 웹보드 게임 시장 내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올해에도 고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모바일 웹보드게임 매출은 전년대비 124% 증가한 325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데이토즈는 올 3분기부터 그동안 준비했던 신작들을 꺼내놓을 계획이다. '애니팡2'와 '상하이애니팡'을 각각 북미·유럽 및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며 국내에선 신작 '애니팡3'와 '애니팡 포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애니팡포커다. 이 게임은 애니팡 맞고 이후 두번째로 내놓는 고포류 야심작이며, 애니팡이란 높은 인지도와 결합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선데이토즈의 고포류 서비스에 대해 "애니팡 맞고 이후 두 번째 고포류 시리즈로 출시되는 포커는 맞고 대비 인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장르로 애니팡 지적재산권(IP)의 유저 흡수력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라며 "이미 웹보드 규제 완화 또한 이루어진 상황에서 애니팡 포커가 흥행에 성공할 확률 역시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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