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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스타트…몇가지 변수들

  • 2016.06.05(일) 15:52

조선 빅3, 9조원규모 자구안 채권은행에 제출
자구안 검토후 방향정하고 본격 구조조정 착수
무리한 구조조정은 역효과…고용대책 선결해야

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업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주도 끊긴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共滅)'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조선업체들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안을 제출했거나 준비중이다.

조선업은 거대한 장치 산업이다. 그런만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조선업종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는 것은 많은 인력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조선 빅3의 경우 울산, 거제에 기반하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도미노 붕괴 막아라


최근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STX조선해양을 조선업종의 위기가 현실화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조선 빅3도 서둘러 구조조정안을 채권단에게 제출했다. 조선업체의 도미노 붕괴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조선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진다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크다.

대형 조선업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소형 조선업체들이다. 대형 업체들에 비해 버틸 여력이 많지 않다. 이미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상황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매각을 추진중이거나 고강도 구조조정이 계획된 곳이 대부분이다. SPP조선의 경우 재매각이 추진중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과 조선 빅3의 자체 구조조정안 제출 등으로 조선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반면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은 지난달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고 주채권은행에 그 결과를 제출했다. 이들 업체들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없이도 이미 수주한 선박들을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진행한 고강도 구조조정 덕에 자생력을 일정 부분 갖출 수 있었다는 평가다.

조선업체들이 위기에 빠지자 은행들도 허리띠 조이기에 나섰다. 자칫하다가는 은행들 마저 위험에 빠질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조치가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축소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 때 완공하지 못한 경우에 발주처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이를 지급보증한 금융회사가 대신 지급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

최근 농협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RG발급한도액을 3조원 가량 줄이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RG발급 한도액을 점차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RG발급 한도액을 줄이는 것은 조선업에 대한 은행들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건조 능력은 호황기때를 유지하고 있지만 발주량은 급감해서다. 은행들에게 조선업은 위험업종군이다,

◇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달부터 조선업체들의 자체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빅 3중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자체 구조조정안을 채주채권은행에 제출,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체 구조조정 규모는 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3조5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안을 주채권 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계획에는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과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 울산 조선소 기숙사 등의 매각이 포함돼있다.

또 지게차와 태양광, 로봇 등 사업 분야 분사와 하이투자증권 매각도 진행키로 했다. 결국 조선을 제외한 여타 계열사와 매각 가능한 자산들은 모두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임금 반납은 물론 이미 실시하고 있는 연장근로 폐지와 인력 구조조정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중공업은 최근 주채권은행에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았다. 비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 매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안에 대한 잠정 승인을 받았다. 규모는 1조5000억원 규모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지원이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그룹 차원의 지원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한 자체 노력으로 버티자는 것이 삼성중공업의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거제도 삼성호텔과 판교 연구개발 센터 등 비업무용자산을 매각키로 했다. 또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도 내놓는다. 이와 함께 인력 구조조정과 설비 축소도 단행키로 했다. 팔 수 있는 것은 다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인력과 조직을 최대한 줄여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미 작년에 1조85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2조원대의 추가 구조조정안을 준비중이다. 현재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결과가 나오는대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확정할 예정이다.

◇ 구조조정 효과 있을까

정부와 채권단은 현재 조선 빅3의 구조조정안에 대한 검토가 완료되는대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조선업 전체의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고 최악의 경우 합병과 분할 등의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조선 빅3의 구조조정안 제출로 자금 사정은 상대적으로 원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속도는 느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어려웠던 것은 막대한 고용효과와 조선소 인근의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업계 등에서는 무리한 구조조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조선업의 특성상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큰 만큼 고용 대책이 수반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서두르다보면 자칫 부실한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도 있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큰 만큼 시간을 갖고 진행하면서 업황 호황기를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또 금융위원회에서 조선 빅3간 합병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낸 만큼 급진적인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당장의 성과를 위한 무리한 구조조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칫 중국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버티기 위해 진행한 구조조정이 오히려 회생 불가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대규모 인력 이탈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제안도 나온다.

양종서 수출임은행 선임연구원은 "지금의 조선시황은 버티는 조선소가 이기는 싸움"이라며 “무리한 구조조정은 오히려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인 영남대 교수는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인적자원 유출로 인한 조선산업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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