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그룹은 어수선해도 '꿋꿋한 롯데케미칼'

  • 2016.06.07(화) 16:47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후 몸집키우기 탄력
에틸렌 호황 적기 '글로벌 화학사' 플랜 가동

롯데케미칼이 몸집키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영자 롯데재단이사장의 비리 의혹 등 여러 악재를 만난 그룹 계열사와는 다른 행보라 더 눈에 띈다.

 

롯데케미칼은 합작사업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주도로 삼성의 화학계열사를 인수한 후, 공격적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그룹 내에서의 역할 확대는 물론 글로벌 화학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 합작 넘어 M&A까지

 

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미국 화학회사인 액시올(Axiall Corporation) 인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를 통해 올레핀(에틸렌·프로필렌 등)과 아로마틱(파라자일렌 등) 중심의 기존 주력사업과 함께 염소·가성소다 등으로 제품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에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셰일가스 원산지인 미국에 에틸렌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에탄크래커(ECC) 및 70만톤 규모의 EG(에틸렌글리콜) 플랜트를 짓는 것이다. 총 투자비는 30억달러, 이 중 롯데 자본금은 8억6000만달러다. 최근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에틸렌 원료로 나프타보다 셰일가스에서 생산된 에탄을 사용하면 원가경쟁력이 더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이 중 ECC 사업 파트너가 이번 인수 대상인 액시올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월, 액시올과 합작사업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한 후 6월에는 합작법인을 9대 1 지분으로 설립했다.

 

당초 양사는 합작법인에서 생산된 제품을 지분율 만큼 가져가기로 합의 했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에틸렌을 확보해 EG(폴리에스터 섬유 및 필름 등 원료)를 생산할 수 있고, 일정량은 액시올에 판매해 수입원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액시올이 롯데케미칼 품에 안길 경우,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롯데케미칼의 설명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액시올은 ECC 합작법인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합작법인과 액시올 간의 시너지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액시올 인수전 참여 외에도 현대오일뱅크와 혼합자일렌(MX)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가 가동에 들어가며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지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어 보류했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 재도전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도네시아 진출 사업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이다.

 

◇ 에틸렌 호황 속 투자 적기

 

롯데케미칼은 그 동안 기술 장벽이 낮은 범용 위주의 제품 비중이 크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를 극복하고 매출 규모를 키워 연간 매출 20조원 이상의 글로벌 화학사로 도약하기 위해 M&A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삼성의 화학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 인수가 신호탄이다. 이번 액시올 인수전 참여는 제품 다변화와 합작법인의 성공 뿐 아니라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북미 생산기지 확보와 액시올이 갖고 있던 시장을 흡수할 수 있고, 그룹 차원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롯데케미칼이 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하려면 충분한 자금 확보가 필수다. 업계에선 액시올 인수가를 3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기대 이상의 이익 성장을 달성하고 있어 자금 동원에 대한 부담은 낮은 상태다.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1558억원 규모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는 견조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가운데 아시아 지역 내 에틸렌 수요 증가한 반면 공급량은 감소, 수급상황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연산 238만톤 규모의 NCC(나프타분해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가장 크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분기에는 업계 1위인 LG화학을 넘어선 47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익 창출능력이 최고조인 현 시점을 M&A 적기로 판단한 이유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2조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하고 있으며 액시올 인수를 위해선 기존 보유 현금을 비롯해 다양한 자금조달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과거 현대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 말레이시아 타이탄 등 대규모 M&A를 통해 외연 확장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인수전 참여는 원가 경쟁력이 높은 북미 사업 진출 뿐 아니라 ECC 사업 성공가능성을 높여 글로벌 종합화학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