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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세금부담, OECD에서 몇 번째인가

  • 2016.06.10(금) 10:32

 
20대 국회가 개원을 앞두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감세와 증세논쟁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야당에서는 과거 정부에서 내린 세율을 다시 올려야 한다고 하고, 여당에서는 지금도 충분히 높다고 말합니다. 또 올렸으면 하는 세금의 종류도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다릅니다. 한쪽에서는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인상에 주력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올릴거면 소비세 등 보편적 세금의 부담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양쪽 모두가 근거로 드는 게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통계라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OECD회원국이니 회원국들에 비해서 얼마나 높고 낮은지가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왜 같은 곳에서 나온 통계로 다른 주장을 하는 걸까요.
 
서로 자기 입맛에 맞는 통계만 인용하기 때문인데요. 세금부담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각 국가별 GDP(국내총생산)규모나 국가별 조세제도에 따라 같은 세율도 다른 세금부담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무시한 채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통계만 내세우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툭하면 튀어나오는 "OECD에서"의 사실관계를 짚어보겠습니다. 여기서 언급하는 OECD통계는 OECD가 제공하는 자료와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OECD 비교대상 회원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4개국이고요. 기준연도는 2015년이지만 자료가 없는 경우 2014년과 2013년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 중간수준 법인·소득세율, 그러나 세율만 봐선 안돼
 
우선 법인세부터 보겠습니다. 법인세율은 우리나라가 최고세율 22%로 적용하고 있는데요. 이는 OECD 34개 회원국 중 19위에 해당합니다. 중간(17위)보다는 약간 순위가 낮죠. OECD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이 23.2%이니까 순위뿐만 아니라 세율 자체도 평균보다 조금 아랩니다.
 
하지만 몇가지 고려할 사항이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율을 법인소득구간별로 3단계로 나눠 적용하는데요. 2억원까지는 10%, 2억원~200억원은 20%, 200억원 초과는 22%로 나눠집니다. 19위는 최고세율만 가지고 순위를 매긴 건데요.
 
OECD회원국 중 법인세 과표구간을 나누지 않고 단일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국가만 23개국입니다. 거의 대부분이죠. 하지만 미국처럼 8개 구간으로 세분화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또 실효세율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각종 세금감면혜택을 적용하다보니 실제 적용받는 세율은 훨씬 낮아지는 거죠. 우리나라 법인세 실효세율은 구간별로 8.6%, 14.6%, 17.3%입니다. 최고세율 22%를 적용받는 기업의 실제 부담하는 세율은 17.3%라는 거죠. 하지만 실효세율에 대한 OECD통계는 명확한 자료가 없습니다.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소득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38%인 소득세도 최고세율은 18위로 중간보다 약간 낮습니다. 하지만 OECD평균 소득세최고율이 35.9%인걸 감안하면 세율 자체는 평균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소득세율 순위 역시 최고세율로만 구분한 것이라 단순판단은 금물입니다.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소득수준에 따라 5단계로 나눠서 부과하는데요. OECD 국가중에는 룩셈부르크와 같이 소득세율을 19단계로 세분화하는 국가도 있고요. 체코처럼 단일세율로 부과하는 곳도 있습니다. OECD평균은 4.9단계로 우리나라는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또 소득세는 소득의 재분배 기능이 가장 중시되는데요. 우리나라는 세전에 비해 세후에 지니계수(소득분배 불평등도)의 개선정도가 아주 낮습니다. 소득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세금을 걷고 난 후에 소득불평등이 개선돼야 하는데, 그런 효과가 거의 없다는 거죠. 
 
실제 소득세의 세전-세후 지니계수 변화비율은 우리나라가 0.03으로 계산이 가능한 회원국 31개국중 30위로 최하위입니다. 우리나라 아래에는 칠레(0.02)뿐이고요. OECD평균 지니계수 변화비율은 0.16으로 우리의 5배가 넘죠.
 
◇ 부가세율 최하위권, 그러나 복수세율구조 감안해야

최근에 가장 주목받은 것은 부가가치세 인상문제인데요. 부가가치세는 간접세여서 정부에서 거둬들이기가 쉽고 인상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일세율이기 때문에 세율을 올리면 저소득층일수록 세부담이 커져 소득 재분배에 역행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부가가치세율이 10%인데요. OECD 회원국중에는 33개국 중 30위입니다. OECD평균 부가가치세율은 19%로 우리의 배수준으로 높습니다.
 

하지만 부가가치세율도 국가별로 복수세율구조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 감안 돼야 합니다. 복수세율이라는 건 물건마다 차등세율을 둬서 부가가치세의 소득역진성을 해소하는 방식인데요. 우리나라와 일본, 덴마크를 제외한 모든 OECD회원국들이 복수의 경감세율이라는 걸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핀란드는 부가가치세 표준세율은 24%로 우리의 두배가 넘지만 3단계 경감세율을 둬서 물건에 따라 0%, 10%, 14%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또 캐나다 같은 경우에는 지역에 따라서 부가가치세율이 다른데요. 표준세율은 우리와 같은 5%이지만 지역에 따라서 13%, 14%, 15%세율을 적용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결국은 딱 세율만 놓고 OECD국가 평균에 비해 높거나 낮아서 증세나 감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불충분한 셈이죠. 각국의 경제상황과 사회구조를 충분히 반영하려면 여러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합니다.

 

끝으로 OECD회원국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2013년 기준)을 비교해 보면요. OECD 34개국 평균 조세부담률은 25.1%인데 우리나라는 17.9%입니다. 또 OECD 34개국 평균 국민부담률은 34.2%인데 우리나라는 24.3%입니다. 두가지 모두 최하위권인 32위입니다.
 
조세부담률은 국민총생산 대비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고, 국민부담률은 세금 외에도 준조세격인 4대보험 등 사회보장금을 합한 것의 비중을 나타내는데요. OECD회원국들에 비해서는 그 부담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선진 복지국가들이 높은 복지를 누리는 것은 세금을 많이 부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그정도 수준까지는 어렵겠지만 당장 적정한 복지를 위해 적정한 부담이 필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 얼마의 세금을 더 걷을지에 대해서는 무작정 선진국 사례를 따를 게 아니라 국내 사정을 감안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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