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5대그룹 감사위원]③회의 1번에 1000만원씩 챙겼다

  • 2016.06.13(월) 10:07

3달동안 2번 모여 5건 가결…한달 보수 737만원
보수는 많은데 책임은 없고...자격요건 강화해야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감사인들이 흔들리고 있다. 외부 감사인은 '갑을관계'에 묶여 제대로 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내부 감사인은 거액연봉만 받아가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특히 내부 감사인이 기업의 로비창구 역할을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감사위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의 주된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조사대상은 2015년 결산월 기준 매출 2조원을 넘긴 기업 가운데 주요 대기업 집단에 속한 계열사들이다.) [편집자]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주요 계열사 37곳의 감사위원들은 올해 1분기 감사 보수로 평균 2211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한달에 737만원꼴이다. 이 기간 감사위원들은 평균 2~3차례 모여 5~6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외부 감사인과 달리 감사위원의 감사내역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감사위원은 다른 회사의 감사위원을 겸하는 경우도 흔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한 데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감사위원의 보수는 적정한지, 책임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두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비즈니스워치가 1분기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집계한 '5대 그룹 감사위원 현황'에 따르면 그룹별 1~3월 1인당 평균 감사 보수는 삼성이 3391만원으로 가장 많다. 롯데가 2140만원으로 그 다음이고 LG(1813만원), SK(1740만원), 현대차(1325만원) 순이다.

 

▲ 삽화: 김용민 기자 kym5380@
 
# 한달 평균 2회 모여 5개 안건 가결
 
삼성 내에서도 삼성생명이 감사위원에게 가장 높은 보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3개월치 평균 감사 보수는 1인당 1억600만원으로, 한달 3533만원꼴이다. 김두철 전 상명대 부총장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윤용로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이도승 전 감사교육원장이 삼성생명의 감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만 1분기 지급된 감사 보수 중 상당액은 최근 3년 간 감사위원을 지낸 문태곤 전 위원에 대한 퇴직금으로 지급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퇴직금을 제외한 평균 보수는 업계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비상근 사외이사이다. 특히 윤 고문의 경우 LF에서도 감사위원을 겸직하고 있어 여기서도 감사 보수로 1200만원을 받는다. 1분기 동안 삼성생명 감사위원들은 1월28일과 2월18일 등 2차례에 걸쳐 5개 안건을 처리했다. 삼성생명의 2016년 감사계획과 내부통제시스템 운영실태 평가 등이 상정돼 100% 찬성으로 통과됐다.
 
두 번째로 감사 보수가 높은 곳은 삼성화재로 1분기 감사위원별로 7600만원, 월 2533만원 수준의 보수가 지급됐다.  
 
삼성화재의 감사위원은 연세대 언론대학원장을 지낸 윤영철 교수와 금감원 국장 출신의 오수상 생명보험협회 부회장, 관세청 차장을 지낸 손병조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등 셋이다. 여기서 상근이사는 오 부회장 뿐이며 손 고문의 경우 삼성화재 외에 현대정보기술에서도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은 이 기간 감사위원 1인당 평균 1400만원을 지급했다. 이들의 1분기 감사활동 역시 1월28일과 2월18일 등 두 차례(5개 안건) 밖에 없다.
 
감사 보수로 3위를 차지한 곳은 롯데칠성음료(4500만원, 월 1500만원)다. 롯데칠성음료의 감사위원은 서울대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한 안태식 교수, 채경수 전 서울국세청장, 이석윤 전 식품연구원 감사부장 등 3명이다. 상근 임원은 아무도 없다. 채 전 청장과 안 전 부장의 경우 각각 CJ헬로비전과 현대라이프생명의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 이들은 1분기 2월3일, 3월3일, 3월25일 등 3차례 감사위원회를 열어 6개 안건을 상정·의결했다. 
 
이밖에 1인당 감사 보수가 5대 그룹 평균을 웃돈 기업은 삼성카드(3200만원, 월 1067만원)로 감사원 출신의 정태문 위원, 하영원 서강대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등 3명이 감사위원으로 선임돼 있다. 정 위원만 상근이다. 삼성카드도 감사위원회를 연 횟수는 2회(1월28일, 2월18일)에 그쳤다.
 
 
# 부실 감사위원도 승승장구
 
이 같은 감사위원의 감사 보수에 대해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는 일에 비해 대가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감사위원의 주된 역할과 책임은 업무감사와 회계감사 등 2가지로 위원들이 이를 게을리 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하지만 책임 추궁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 재판에 넘겨진 기업의 임원은 대표이사가 유일하다. 감사에 대한 책임은 "최종 도장을 찍었다"는 이유로 외부 감사인만 물게 됐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한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 외부 감사인과 사업보고서 제출대상이 되는 기업의 이사들이 피고가 될 수 있는데, 이사들이 많아 통상 모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지 않고 핵심 이사인 사장만 피고로 넣는다"고 설명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외부 감사인인 회계법인의 대표는 손해배상 책임으로 피소를 당한 반면 기업 측 내부 감사인인 감사위원들은 아무런 책임 추궁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 기간 감사위원을 맡아 6600만원의 보수를 받아간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과 고상곤 한국PR협회 감사 등은 올초 각각 한국전력공사와 KT&G의 감사로 새롭게 선임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부실 감사위원의 '퇴출' 등 합리적 시장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감사위원 선임이 '연줄'에 기댄 비합리적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기업에서 회계부정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시 감사위원들은 더 이상 관련 일을 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위원이 가져야 할 자질은 기업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출신들이 감사를 많이 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감사인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려면 우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장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 회계사는 "연줄을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사위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감사직과 사외이사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하는 분리선출제 도입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독일에서는 이같은 제도가 이미 도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