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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1.25%]⑦저축의 배신…그렇다면 대안은

  • 2016.06.13(월) 15:10

물가상승, 세금 반영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중금채에 펀드까지…재테크 춘추전국시대

# "적은 돈이라도 한 푼, 두 푼 쌓으면 거대한 산업 자금을 이뤄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그리하여 다시 소득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므로…"

1965년 저축의 날 담화 발표를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가 10~20%에 육박하던 시기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의 말처럼 예금에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이 밝은 미래를 보장하던 때였다.

시대가 변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내렸다. 시중금리가 여전히 1%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물가 상승률과 세금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금리다. 예금만으로는 소득 증가는커녕 돈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어느 것도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 시대에 다양한 대안 투자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저축하면 손해…금리의 배신

시중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정기예금 금리 인하에 들어간다. 금리 조정을 앞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연이율 1.3~1.6%를 주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폭보다 크지 않게 0.1~0.25%포인트 정도 내릴 계획이다.

대다수 정기예금은 연이율 1%대를 겨우 지켰지만, 이마저도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일광 기업은행 개인고객부 팀장은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에 밀려 실제 판매되진 않지만, 기본 정기예금은 연이율 1% 안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율 15.4%를 반영하면 소비자에게 실제로 돌아오는 이득은 거의 없다. 아직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1% 안팎 수준이라 조금이나마 이자 소득을 쥘 수 있지만 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자율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 때문에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오해영씨의 사례를 보자. 오씨는 무조건 저축하라는 부모님의 조언에 연이율 1.5%인 1년 만기 정기예금을 들었다. 오씨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6개월간 1000만원을 모았다. 물가상승률을 2%만 잡아도 1000만원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1020만원으로 불려야 한다. 하지만 오씨가 예금으로 얻는 돈은 1012만6900원 밖에 안 된다. 아무리 근검절약해도 돈을 예금에 넣어두기만 하면 손해라는 얘기다.

젊은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다. 은행 이자 외의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노년층은 당장 타격을 입는다. 현금 2억원을 가진 노부부에게 연 1.5% 정기예금으로 돌아오는 예금이자는 253만8000원이다. 월 21만1500원 수준으로 생활비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이 와중에 생필품을 비롯해 생활비가 오르면 곧장 노후 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 재테크 춘추전국시대 열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은 천차만별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부터 정기예금보다 살짝 높은 수익을 노려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정답 없이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재테크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배영길 농협은행 상품개발부 차장은 "안정적인 자산으로 꼽히는 예적금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주식과 부동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환영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 부부장도 "당분간 금리가 오를 일이 없는 만큼 펀드 등 투자 성격의 상품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눈 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혜영 하나은행 서압구정동 골든클럽지점 PB팀장은 "정기예금의 플러스 알파 성격의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공모주펀드, 롱쇼트펀드, 배당주 등 다소 공격적인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석교 기업은행 여의도지점 부지점장은 "1년 만기 기준 연이율 1.5%로 기업은행 정기예금보다 0.1~0.2%포인트 높은 금리를 주는 중소기업금융채권을 추천한다"면서 "펀드처럼 위험성이 큰 상품에 비하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의 재산 증식을 위해 도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할 수도 있다. 여러 상품을 담아 돈을 굴릴 수 있고, 예·적금만 드는 경우에도 세금을 굳힐 수 있다. ISA에 들어가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일반 은행보다 0.4%포인트 정도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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