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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변신]①'새 틀'을 짜다

  • 2016.06.15(수) 15:50

국내외 판매 부진으로 성장동력에 한계
고급차와 친환경차로 미래 전략 재정립

현대차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주안점을 뒀던 양적 성장 전략을 버리고 미래 전략으로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선택했다. 지난 2011년에 이은 또 한번의 질적 성장 선언을 한 셈이다. 하지만 내용과 상황이 그때와는 크게 다르다. 당시는 양적 성장의 성공에 기반한 내실 다지기가 목표였다. 지금은 양적 성장 정체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기가 목표다. 고급차와 친환경차에 사활을 걸었다. 현대차의 전략 변화에 담긴 의미와 내용,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 나아갈 수 있느냐 아니면 주저앉을 것이냐의 기로에 놓였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국내외 판매가 주춤한 탓이다.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추세적인 정체다. 이는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점점 꺼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쟁업체들의 견제와 추격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현대차 스스로도 더 이상의 판매 확대는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대두되는 시점이다. 이것이 현대차가 새로운 틀을 짜려는 이유다.

◇ 왜 변하려는가

현대차가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판매 부진이다. 현대차는 대표적인 대중차 브랜드다.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다. 현대차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판매확대에 사활을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덕에 지금의 현대차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이제 더 이상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찾지 않는다. 현대차는 그동안 시의적절한 신차 출시와 품질 향상,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다. 과거에는 이런 전략이 통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소비자에게 현대차는 식상하다. 더불어 지금은 현대차 이외의 선택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현대차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현대차의 누적 판매량은 194만9334대다. 전년대비 3.0% 줄어든 수치다. 내수 시장에서는 간신히 버텼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이 지속됐다. 이 탓에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와형상 현대차의 판매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첫 질적 성장을 선언했던 지난 2011년에도 현대차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12.35% 증가했다. 당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경기침체 후폭풍으로 신음하던 시기였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현대차는 전년대비 10%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고속성장했다.

이후에도 판매는 계속 늘었다. 작년에만 조금 주춤했을 뿐 그래프상으로 현대차의 판매량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년대비 판매증가율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대차의 판매증가율은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계속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심지어 작년의 전년대비 판매증가율은 0.02%에 그쳤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현대차가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년 신차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환율 등 경영환경도 좋지 않았다. 여러 악재가 겹치며 현대차의 고속성장 신화는 한계에 부딪혔다. 성장동력이 다했다는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 또 한번의 선언

외형도 외형이지만 내용은 더 심각했다. 현대차가 추구해온 성장 전략은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한 해외 시장 확대'였다. 내수는 버팀목이었고 해외는 무한한 기회였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내수 시장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입차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현대차에게 수입차는 언제나 논외였다. 시장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입차는 현대차의 예상보다 빨리 내수 시장을 잠식했다. 현대차는 서서히 내수 시장에서 밀려났다. 해외도 흔들렸다. 지난 2013년 현대차의 전체 판매대수 대비 해외 판매 비중(수출+해외 생산·판매)은 86.4%였다. 그러나 이후 해외 판매 비중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85.6%까지 내려 앉았다.


내수와 해외의 동시다발적 붕괴는 현대차의 수익에도 직결됐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8조4370억원을 기록한 것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했다. 결국 2014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7조원대로 내려 앉더니 작년에는 급기야 6조3579억원까지 떨어졌다. 내수와 해외 판매 부진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대차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판매 부진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 대외적으로는 환율 등 대외적인 경영환경 악화를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용이었다. 내부적으로는 현대차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현대차는 국면을 전환할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성장동력의 정체를 극복하지 못하면 어렵게 올라선 지금의 자리를 다시 내놔야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과거와 같은 전략으로는 시장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빼든 것이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투톱으로 한 '새 틀' 짜기다.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또 다른 질적 성장 선언이다.

이번 현대차의 전략 변화는 2011년에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언했던 질적 성장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는 '제 값 받기'를 통한 수익성 확보와 내실 다지기가 주된 골자였다. 그때도 양적 성장은 기본 전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적 성장과는 거리를 뒀다. 양적 성장보다는 중장기적인 시선에서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 성장전략의 '2.0버전'인 셈이다.

◇ 내용을 바꾸다

현대차는 올해 부산모터쇼에서 향후 어떤 전략을 가져갈 것인지를 보여줬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친환경차에 모델들을 대거 선보이며 고급차와 친환경차에 현대차의 미래가 있음을 강조했다. 현대차가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현대차가 처한 상황때문이다.

현대차 전략의 핵심은 과거와의 이별이다. 앞으로 더 이상은 판매 확대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적게 팔아도 높은 수익성을 내는 방안을 고심했고 그 결과가 바로 고급차다. 고급차는 대중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매 확대가 최우선 가치가 아니다. 고부가가치 제품이어서다. 일정 수준만 유지해줘도 수익이 난다.

대신 브랜드 가치가 높아야 한다. 기존의 대중차 이미지가 강한 '현대'브랜드를 희석시켜야 한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 전담 조직을 두고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제네시스를 벤츠, BMW 등과 같은 고급차 브랜드로 육성시키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 현대차는 최근 부산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성장 동력은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한 고급차와 친환경차임을 명확히 했다.

친환경차는 트렌드를 좇기 위해서다. 고급차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친환경차로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폭스바겐 사태 이후 친환경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현대차가 친환경차 육성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고 최근 각 세그먼트별로 친환경차를 쏟아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는 변화를 선택했다. 현실적인 이유다. 판매가 정체되고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새로운 전략을 모색했다. 물론 '현대'브랜드와 완전히 이별하는 것은 아니다. 판매량도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의 외형은 어느 정도 유지하되 내용을 바꿔야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현재의 외형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거나 더욱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외형은 줄어들더라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고급차와 향후 대중차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친환경차로 성장 전략을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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