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대차의 변신]②'제네시스'에 거는 기대

  • 2016.06.16(목) 17:31

고급차, 판매량 적어도 수익성 확보 가능
'글로벌 톱 브랜드' 목표…최정예 드림팀 구성

현대차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주안점을 뒀던 양적 성장 전략을 버리고 미래 전략으로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선택했다. 지난 2011년에 이은 또 한번의 질적 성장 선언을 한 셈이다. 하지만 내용과 상황이 그때와는 크게 다르다. 당시는 양적 성장의 성공에 기반한 내실 다지기가 목표였다. 지금은 양적 성장 정체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기가 목표다. 고급차와 친환경차에 사활을 걸었다. 현대차의 전략 변화에 담긴 의미와 내용,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


현대차가 고급차 부문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것은 '현대'브랜드의 한계 때문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현대'브랜드만으로 시장을 더 이상 확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매년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다. 판매량 확대로 성장해온 현대차에게 판매 감소는 치명적이다.

고급차는 적은 판매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다. 현대차가 고급차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글로벌 톱 수준의 자동차 업체로 도약하기를 원한다. '현대'라는 대중차 브랜드로는 어렵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제네시스'다. '제네시스'에는 현대차의 이런 고민과 바람이 녹아 있다.

◇ 27년 전 '렉서스'에서 배우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론칭 과정은 경쟁자인 일본 도요타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도요타가 '렉서스'브랜드를 처음으로 론칭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지난 1989년이다. 첫 론칭지는 미국이었다. 당시 도요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호조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값싼 대중차 이미지가 강했다.

미국에서도 도요타는 '서민들이 타는 값싼 차'로 인식됐다. 가격대비 성능이 좋아 주머니가 얇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판매량은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만족하지 않았다. 대중차 이미지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 도요타는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다. 도요타는 '렉서스' 브랜드 론칭을 위해 1983년 4000명의 전담 인력을 꾸렸다. 시장에 대한 조사부터 브랜드에 대한 분석 등 론칭 전부터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심지어 벤츠, BMW, 재규어, 미국 고급 브랜드별로 소유자들의 행동 특성까지 분석했다.

론칭 초기 시장의 반응은 비관적이었다. 대중차나 만들던 도요타가 고급차 시장에 뛰어든 것에 대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고급차 시장은 이미 벤츠, BMW 등 유럽 브랜드들이 확실하게 잡고 있던 시장이었다. 그런 시장에 도요타가 진입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도요타는 이런 우려를 보란 듯이 불식시켰다. 실제로 론칭 첫 해 1만6300대를 기록했던 '렉서스'브랜드의 판매량은 1990년 6만7000대로 급증했다. 이후 1992년에는 10만대를 돌파했고 출시 10년만인 1999년에는 30만대를 넘어섰다. 대성공이었다.

◇ 현대차의 이유있는 '제네시스' 론칭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27년 전 도요타의 '렉서스'와 다른 점은 딱 하나다. 현대차의 판매량은 감소 추세고 당시 도요타의 판매는 증가세에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와 당시 도요타의 고민은 같다. '더 이상 대중차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고민은 일맥상통한다.

도요타 '렉서스'의 성공은 현대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차 메이커도 고급차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현대차도 자신감을 가질 법한 대목이다. 현대차는 작년 11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도요타보다 27년 늦었지만 지향점은 같다. '제네시스'를 통해 글로벌 톱 티어(Top Tier) 메이커로 한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차가 고급브랜드 론칭을 고민했던 것은 지난 2004년이다. 당시 현대차의 첫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하면서 고급 브랜드 론칭을 고민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판매량 확대가 우선이었다. 이 대문에 고급차 브랜드 론칭은 미뤄졌다. 현대차는 이후에도 '제네시스'브랜드 론칭을 염두에 뒀다.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인기를 끌자 자신감도 붙었다.

현대차에게 최근의 판매량 감소는 '제네시스' 론칭의 적기였다. 대중차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고급 브랜드 론칭을 위한 명분이 섰다. 성공한다면 수익성 제고도 가져올 수 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아직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고급차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인 점도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론칭하게 된 계기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글로벌 고급차 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0.5%씩 성장하고 있다. 이는 대중차 판매 증가율(6.0%)을 앞선다. 단적으로 도요타의 경우 2014년 판매 증가율은 도요타는 2.4%, 렉서스는 9.0%다. 폭스바겐도 고급차(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판매 증가율이 대중차(폭스바겐, 스코다, 세아트)를 3배 이상 앞질렀다.

수익성도 높다. 2014년 기준 글로벌 주요 완성차 그룹 중 고급차 기반 완성차 그룹(BMW·다임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8.8%였다. 대중차와 고급차를 함께 판매하고 있는 GM·포드·도요타·혼다·닛산·폭스바겐·FCA·PSA·르노 등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3.9% 수준에 그쳤다. 고급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의 수익성이 더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성공을 위한 선결 과제는


그렇다면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7년 전 '렉서스'의 성공도, 성장하고 있는 고급차 시장이라는 환경도 현대차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성공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하지만 도요타가 '렉서스'를 론칭할 때의 사례들을 면밀히 살피고 준비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1989년 도요타는 '렉서스' 브랜드 론칭 2개월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렉서스' 브랜드의 첫 작품인 LS400의 크루즈 컨트롤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도요타는 모든 렉서스 차량을 대상으로 조건없는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당시 도요타는 고객이 원할 경우 렌터카 무료 대여는 물론, 딜러가 수리된 차량을 직접 고객에게 배달했다. 리콜된 모든 차량은 왁스로 코팅을 했다. 연료도 가득 넣어 고객에게 전달했다.

도요타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고객 응대를 한 것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는 서비스를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는 곧 '렉서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다. 아직도 '렉서스'의 SUV라인인 RX모델의 경우 RX모델 소유자의 60%가 또 다른 차량으로 '렉서스'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현대차는 '제네시스' 론칭을 통해 수익성 제고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노리고 있다. 아울러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는 디자인, 파워트레인, 서비스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만을 위한 드림팀을 꾸렸다. 가장 중요한 디자인 파트부터 최정예만을 모았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를 영입했다. 최근에는 벤틀리 외장 및 선행디자인 총괄인 이상엽 씨도 합류했다. '제네시스'브랜드를 위한 디자인 팀의 이름도 'G-Force'로 명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파워트레인 및 각종 편의 사양도 기존의 럭셔리카와는 차별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고객 서비스도 프리미엄급으로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사전계약에 돌입한 '제네시스 G80'의 경우 ▲제네시스만의 새로운 고객 케어 서비스를 구매 후 3년 동안 무상 제공 ▲일반 부품 보증기간 5년 10만km로 확대 ▲블루링크 서비스 무료 이용기간 3년으로 확대 등을 내걸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성공 여부에 현대차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기존 럭셔리 브랜드들의 론칭 사례를 면밀히 살피고 위기시 대응 방안, 마케팅, 서비스 등 사소한 부문에까지 '제네시스'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