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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상한제 '오리무중'..시장만 혼란

  • 2016.06.17(금) 17:55

방통위, 어설픈 정책수정 진행에 갈피 못잡아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 폐지 여부를 놓고 정부의 어설픈 정책 결정 과정으로 시장만 혼란스럽다.
 
정부의 이동통신 정책결정은 연간 수 조원에 달하는 손익변화를 가져올 만큼 파급력이 크다. 하지만 이번 지원금 상한제 폐지 여부는 이해관계자에게 시그널도 주지 않았고, 정책결정자 간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공개돼 불확실성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의 폐지 등을 검토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실무차원 검토가 끝나고 실무안이 완성되면 방통위 상임위원에 보고되고,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현행 단통법은 단말기 구매 지원금의 상한선을 뒀고, 방통위는 조금씩 늘려 33만원까지 가능케 했다. 이 같은 지원금 상한을 '출고가 이하'로 바꿔 사실상 제한을 폐지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단통법은 3년 일몰제로 적용돼 내년 10월 자동 폐기되지만 이를 1년 앞당겨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 마케팅비 증가·선택약정할인 늘려야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은 다시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연간 마케팅비는 작년 7조8669억원으로 단통법 시행 즈음이었던 2014년 8조8220억원보다 9500억원가량 줄었다. 마케팅비 감소요인이 전적으로 지원금 상한제 때문이라고 볼 순 없지만, 주요 요인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즉 지원금 상한제가 사라지면 경쟁적으로 마케팅비를 올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체별로 보면 영업이익 대비 마케팅비가 많은 LG유플러스, KT, SK텔레콤 순으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작년 기준 이통사들의 마케팅비는 SK텔레콤 3조550억원, KT 2조8132억원, LG유플러스 1조9987억원 등이다. 영업이익은 SK텔레콤 1조7080억원, KT 영업이익 1조2929억원, LG유플러스 6323억원이다. 
 
게다가 지원금 상한제 폐지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을 20%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 폭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서 이통사의 고민은 크다. 요금할인은 매출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통사 관계자는 "한 회사가 마케팅 경쟁을 시작할 경우 3사간 과열될 가능성도 있어 긴장하고 제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웃고 있는 제조사 '분리공시는 No'
 
소비자들은 혼탁한 스마트폰 유통 시장에 또 내몰릴 수 있다. 지원금을 많이 주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제조사와 이통사가 출고가와 지원금을 모두 올리는 등 조삼모사식 마케팅이 난무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경쟁은 결국 요금 인상 등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제조사들은 올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희소식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8월 갤럭시 노트 차기작을 출시하고, LG전자도 하반기 'V10'을 내놓는다. 단통법 이후 이통사들의 보조금 지원폭이 감소하면서 중저가폰으로 향했던 소비자들이 고가폰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제조사 관계자는 "상한제 폐지의 긍정적 영향을 부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제조사들은 지원금 분리공시제도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원금 내역을 제조사와 이통사간 분리해 공시할 경우 글로벌 판매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방통위 어설픈 정책 논의
 
이처럼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큰 정책은 통상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에 시그널을 전달하거나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청취한다. 당초 기획재정부도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설정하면서 3월중 단통법 성과를 점검하고 6월중 지원금을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는 최근까지도 지원금 상한제 수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정적으로 대답해왔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시장에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얘기만 흘려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또 방통위 상임위원은 여야 추천인으로 구성돼 있다. 방통위원장과 사무국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정책을 조율하고 야당 상임위원들은 논의에서 배제시킬 경우, 막상 정책이 오픈됐을 때 본격적인 토론조차 못하는 상황이 종종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통위의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면서 "지원금 제도의 주무기관은 방통위임에도 기재부, 미래부 등 유관부처가 사전협의 없이 월권으로 비춰질 정도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지적했다. 또 "단통법은 시장안정화와 가계통신비 인하에 상당부분 기여했다"면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와 관련, 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우왕좌왕 하는 동안 결국 피해는 소비자, 제조사, 이통사 등 시장 참여자만 보고 있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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