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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오용과 남용의 좋은 예

  • 2013.09.04(수) 08:32

국세청 세무조사는 암행어사 출두만큼 두렵다. 기업들은 한껏 몸을 낮춘다. 털면 먼지가 나기 때문이다. 아니, 먼지가 날 때까지 털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기업이 세무조사를 받는다 하면 주가가 고꾸라진다. 국세청에게 한번 털리면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천억까지 추징당한다는 걸 경험칙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미지 타격도 상당하다.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비록 탈루나 탈세를 하지 않았더라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힌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한번 늘어난 고무줄처럼 회복이 쉽지 않다.

 

새 정부 들어 세무조사 소식이 부쩍 자주 들린다. 최근에는 포스코(9월3일), 현대차(9월2일), 대우건설(8월31일)이 세무조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만 해도 LG디스플레이 GS칼텍스 SK케미칼 롯데그룹 CJE&M 한국GM NHN E1 코오롱글로벌 등 20여 곳에 달한다.

 

요즘 세무조사는 정기조사인지 특별조사인지도 불명확하고, 동시다발 조사에 따른 인력난으로 조사기간도 길다.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진행될지 어디로 튈지 모르니 불안감이 다른 때보다 크다.

 

  [웹툰 랄랄라주식회사 '눔프'중에서]

 

 

박근혜정부가 세무조사를 '조자룡 헌칼 쓰듯' 마구 휘두르는 이유는 무얼까.

 

우선 구멍 난 공약가계부를 메우는 방편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비과세 감면,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방법으로 증세 없이 135조원(5년간)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인데 이게 여의치 않다. 따라서 일단 '먹기 좋은 곶감'에 손을 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공기업이나 공기업 성격을 띠는 기업의 수장을 바꾸는데 세무조사만큼 유용한 수단도 없다. 소위 물갈이용이다. 마침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나 탈세 혐의를 적발한다면 부도덕한 CEO로 낙인찍어 한방에 보낼 수 있다.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준양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길들이기 수단으로도 해석된다. 전 정권의 비호를 받은 기업들을 손봐놔야 다른 기업을 다루기도 편해진다. 올해 초 정권이 바뀌면서 시중에는 MB정부와 유착된 기업 명단이 돌았는데 공교롭게도 현재 대부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라고 선창하면 기업들이 알아서 '투자'라고 복창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하의 보검도 자주 쓰면 무뎌진다. 세무조사도 남발하면 피로감만 줄 뿐 원하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 벌써부터 기업 일각에서는 ‘세무조사 안 받은 기업은 기업 축에도 못낀다’는 자조 섞인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본래 목적을 위한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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