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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흔드는 검(檢)]③산업은행 폭탄 어디로?

  • 2016.06.23(목) 10:08

산업은행 시작으로 구조조정 책임론 본격화
여야 청문회 공방 예고…검찰 수사결과 촉각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에 이은 검찰 압수수색, 야권의 청문회 요구까지. 산업은행에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을 묻는 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요즘 분위기라면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 결과는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에선 벌써 꼬리 자르기 수사가 될 수 있다며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검찰의 수사 경과에 따라 여론과 정치권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어 이목이 쏠린다.

여권에선 자칫 청와대와 금융당국으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정치권의 개입을 꺼리는 눈치다. 반면 야권은 산업은행에 국한하기보다는 구조조정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따져보자는 견해다. 산업은행이 안고 있는 폭탄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 한계 드러낸 감사원 감사…검찰 추가 수사


검찰은 이달 초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을 압수수색했다. 분식회계 등 대우조선 내부 비리를 잡고 이를 방조한 산업은행의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지난 1월 출범 이래 첫 타깃을 대우조선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더욱 주목받았다.

특별수사단의 첫 사건인 만큼 의욕이 넘친다. 감사원이 지난 15일에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규모가 2013년부터 2년간 1조 5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는데, 검찰은 2006년부터 살펴보니 5조원에 달하더라고 전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범행의 전모를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의 감사는 산업은행의 부실 방조 정황을 세세하게 드러내긴 했지만, 한계도 있었다.

이번 정권의 실세로 여겨지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했고, 산업은행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는 감사 대상에서 쏙 뺐다. 무엇보다 감사원 자신도 최근 6년간 거의 매년 산은을 감사했는데, 이런 관리 부실 사항을 지적하지 못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 야권 청문회 개최 공세…검찰 수사 결과 주목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야권에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책임을 국책은행 차원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의지다.

▲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물론 청문회 개최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새누리당도 야권의 요구에 '정치 공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 청문회 개최를 둘러싸고 당분간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수사는 이런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검찰이 청와대의 입김에 꼬리자르기식 수사 결과를 내놓으리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특별수사단이 뭔가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정·관계 로비 등 권력형 대형비리로 영역을 확대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정치권 공방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 "소리만 요란하다 끝날 수도"

일각에선 이런 여러 움직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을 내놓기도 한다. 감사원과 검찰, 정치권이 나서도 꼬리 자르기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결국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걸림돌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우조선이나 STX조선의 부실을 키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여러 잘못된 관행 역시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관치 금융 등 기업 구조조정의 잘못된 관행 등을 따져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가자는 것보다는 정치적인 이슈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우조선이나 산업은행에 정·관계 핵심 인사들은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서 이제는 정부가 비리를 잡겠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된다"며 "과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랬듯이 소리만 요란하다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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