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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기업 '통관 차별'에 무방비 노출

  • 2016.06.23(목) 11:28

수출입 안전관리인증 기업 500곳도 안돼
10대 그룹 계열사도 40곳에 불과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비관세장벽인 수출입 안전관리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어 통관 차별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관세당국의 수출입 안전관리 인증을 받아 종합인증 우수업체(AEO)가 되면, 검사비율이 줄어드는 등 신속통관을 보장받기 때문에 통관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AEO 기업에 대한 검사비율이 0.7%에 불과하고, 우리나라는 랜덤 검사에서 걸리지 않는 한 AEO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검사를 하지 않는다.
 
23일 비즈니스워치가 관세청에 의뢰해 국내 AEO 현황자료를 받아본 결과 관세청 심사를 거쳐 AEO를 획득한 국내 기업은 483곳에 불과했다. 이는 수출입, 주선업, 운송업, 선박업, 항공사, 보세구역운영업 사업자를 모두 포함한 수치로 수출입 기업으로만 한정하면 인증 획득 기업은 그 절반인 241개로 줄어든다. 26만개 수출입 기업의 0.1% 수준이다.
 
AEO는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후, 무역 물류보안이 비관세장벽화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계관세기구(WCO)가 국제규범으로 만든 안전관리 인증제도다. 
 
AEO를 획득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통관을 차별화해서 수출입 위험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취지인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도입, 시행중이고 WCO 회원국 중 170개국이 제도 이행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법규준수, 내부통제, 재무건전성, 안전관리 등 4개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
 
# 도입 7년 지났지만 수출입기업 0.1%만 인증

국내에는 2009년 4월에 정식 도입됐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출입 기업의 0.1%만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미국 등 선진국과 수출입 교역을 하는 기업 중 대부분은 AEO인증이 없어서 상대적인 통관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행초기 대기업을 중심으로 AEO인증이 이뤄졌고, 최근에는 중소기업 인증 확대를 위해 관세당국이 노력하고 있지만 인증기업의 숫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상당수가 AEO인증에 무관심하거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10대 그룹만 보더라도 591개 계열사 중 불과 6.5%인 40곳만 AEO 인증을 획득했다.
 
AEO의 질도 좋지 않다. AEO는 기업의 법규준수도에 따라서 A, AA, AAA의 3단계로 구분해서 등급화돼 있는데 법규준수도가 100점 만점에 80점을 넘는 기업은 A등급, 90점을 넘은 기업은 AA등급을 부여하고, 법규준수도 95점 이상이면서 다른 업체에 모범적인 사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최상위 등급인 AAA 등급으로 구분된다. 등급에 따라 신속통관 혜택도 50%, 70%, 100%의 식으로 다르다.

현재 AEO인증을 AAA등급으로 받은 업체는 13곳 뿐이다. 그마저도 모두 내부통제시스템, 재무건전성 등에서 유리한 대기업들이다. AA등급은 44곳, 나머지 426곳은 가장 낮은 A등급에 몰려 있다.
 
# 삼성 4곳, LG 3곳, 현대차 2곳, SK 1곳만 AAA등급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4곳이 AAA등급이고 삼성중공업과 호텔신라 삼성전자로지텍은 AA등급, 삼성물산 스테코는 A등급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AAA등급이고, 나머지 AEO를 획득한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모두 가장 낮은 A등급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주선업 분야만 AA등급을 받았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에서는 AEO획득 업체가 SK하이닉스(AAA)와 SK케미칼(AA) 두 곳 뿐이다. LG그룹은 AAA등급 3곳(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A등급 3곳(LG이노텍 범한판토스 루셈)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인증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인증 기업 수는 7곳으로 현대차그룹, LG그룹보다 많지만 6곳은 가장 낮은 A등급이고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1곳만 AA등급이다. 한화는 삼성에서 지난해 인수한 한화테크윈(AAA), 한화토탈(A)을 빼면 AEO인증기업이 없다.

관세청은 AEO 인증기업을 확대하기 위해 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관세사 등을 활용하거나 직접 설명회를 여는 방식으로 기업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기업들이 AEO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고, 공인기준도 개선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AEO가 수출입에 상당한 혜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더 적극적인 인증획득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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