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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산업·수출입은행, '혁신' 외쳤지만

  • 2016.06.23(목) 17:33

자본확충 전 자구노력 차원 혁신안 발표
자문단 설치, 유관기관 취업금지 등 포함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동시에 쇄신안을 내놨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실패에 따른 수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앞서 조직 쇄신 등을 포함한 자구노력 방안을 내놨다.

기존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방안 등을 일부 포함하긴 했지만, 기업 구조조정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확충을 받아야 하는 국책은행의 요식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 구조조정 외부 자문단 설치…조직 슬림화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산업은행 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업은행 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외부 인사를 포함한 자문단을 설치하고, 산업은행 임직원의 자회사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회장은 이날 혁신안 발표에 앞서 "국민께 최근 일련의 사태로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산업화 과정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고, 국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지만,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선 오히려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사즉생의 각오로 새롭게 거듭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역량 제고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출자회사 관리 강화 ▲여신심사 및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 ▲성과 중심의 인사·조직 제도 개선 ▲대외소통·변화관리 강화 등 6대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이중 눈에 띄는 방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을 회장 직속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를 통해 구조조정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 밖에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재취업 심사제도를 도입해 '낙하산 인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다만 적정성 심의를 거쳐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문은 열어뒀다.

오는 2021년까지 산업은행 정원의 10%를 축소하고 지점수도 82개에서 2020년까지 74개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에 앞서 수출입은행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수은 혁신 및 기능 강화 추진방향'을 내놨다. ▲구조조정 위원회 설립 ▲외부자문단 신설 ▲관계기관 재취업 금지 등 산업은행 혁신안과 유사한 내용이 담겼다.

◇ '혁신' 외쳤지만…실효성 없고 내용 재탕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사즉생'을 외치며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그 내용은 요식행위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단 두 국책은행이 동시에 내놓은 구조조정 관련 외부 자문단부터 그렇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관치금융과 정치적 요소의 개입'인데, 권한이나 책임이 없는 이런 외부 조직이 이를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회장은 관치의 부작용에 따른 산업은행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 "오늘은 용서를 구하는 자리인데, 또 다른 이슈가 제기돼 본질을 벗어나는 논쟁은 원치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게다가 이날 발표한 구조조정 역량 제고와 임직원 자회사 취업 제한, 출자회사 매각 방안은 금융위원회나 산업은행이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한다'며 때마다 내놨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발표한 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자구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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