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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농협금융 회장의 얄궂은 운명

  • 2016.06.23(목) 18:31

수은행장 시절 조선 구조조정 실패, 수습은 농협금융에서
1.3조 충당금 쌓아도 적립률 90%선...빅배스 여전히 험난

불교에서 자신이 행한 행위에 따라 받게 되는 운명.

'업보'의 사전적 의미(다음 국어사전)입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처한 상황이 딱 그렇게 보입니다. 김용환 회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 이뤄진 성동조선 부실 관리 등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농협금융이란 곳에서 부실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두 사건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습니다. 다만 한쪽에선 대우조선이나 성동조선 등에 너무 퍼줬고, 구조조정에 실패했죠. 그 부실이 터지기 전에 그 자리를 피했지만, 완전히 피할 순 없었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농협금융에서 곪아터진 부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으니까요. 그러니 업보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 수은 행장 시절 벌인 일(성동조선 등 지원)

감사원은 감사 결과 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로서 성동조선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데요. 면밀한 검토없이 적자수주 물량을 확대했고요. 수주 승인 당시 신규 선박의 건조원가를 실제보다 낮춰 신청했는데 적정성을 검토하지 않고 승인했던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지원했던 과정도 문제 삼았습니다.

이런 일들이 모두 김용환 회장의 수출입은행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1년~2014년 사이에 벌어졌습니다. 물론 김 회장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사실 성동조선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습니다.

성동조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지원이 시작된 때는 2010년입니다. 전임 행장인 김동수 행장(2009~2011년) 시절이었고, 그때부터 여러 문제들이 불거졌습니다. 자율협약 개시 이전 회계법인에서 실사보고서를 냈는데, 회생불가라는 결론이 나온겁니다.

그러자 회계법인을 바꿔서 회생가능이란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으니까요. 수출입은행 내부에서조차 쓴웃음을 짓는 일입니다. 애초에 자율협약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후에도 무리수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요. 관련기사 ☞[Inside story]기업구조조정, 정말 회계법인 실사가 좌우하나요?

애초 선박금융만을 지원키로 했다가 시설자금 ·운영자금까지도 지원 폭을 넓히기도 했는데, 이런 전임 행장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선 이번 감사에선 모두 빠졌습니다.

어쨋든 감사원은 김용환 당시 행장의 이같은 비위내용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통보했는데요. 사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도 그렇지만 김용환 회장도 현직을 떠난 상태여서 문책할 수단은 없습니다. 단지 이런 사실을 인사혁신처에 보내 인사자료로 활용을 한다는 건데요. 앞으로 공공기관이나 공직에는 취업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물론 민간기관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수습(빅배스)은 농협금융에서?

김용환 회장은 당장의 징계는 면했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에 실패한 과오(?)로 지금은 농협금융에서 그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실정입니다. 이제 그 부실을 수습해야 하는 입장인거죠. 거기엔 성동조선도 포함돼 있습니다.

농협은행은 성동조선에 대한 여신 건전성 분류를 '요주의'(6월1일 기준)'로 분류해놨습니다. 요주의로 후하게(?) 분류한 곳은 수출입은행과 농협은행 뿐입니다. 대우조선도 여전히 정상으로 분류돼 있고요. 부실채권 규모는 많고 충당금 적립률은 낮습니다. 김 회장이 '빅배스'를 선언한 이유입니다.

농협은행은 어제(22일) '조선·해운 등 최근 농협은행 경영현황에 대한 이해자료'를 공개하며 올 상반기에 1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쌓겠다고 했습니다. 상반기엔 적자가 불가피하고,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쌓고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실상의 빅배스'라는 표현도 썼고, 금융지주의 농축협에 대한 배당도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농협금융이 빅배스를 하려면 농협중앙회 이사회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당장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배당이 줄어들 수 있는 문제이니까요. 하지만 쉽게 동의해주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농협은행이 애쓴 흔적도 보이긴 합니다. 최대한 배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자체적인 재원으로 부실을 털어내려 했으니까요.

하지만 올 상반기 1조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충당금을 쌓더라도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커버리지비율(충당금적립비율)은 90%에 불과합니다. 국내은행 평균은 110%를 넘습니다. 김 회장도 향후 2년내 예상되는 부실채권 규모를 모두 파악했고, 이를 고려해 빅배스를 하겠다고 했으니 엄밀히 따지면 빅배스라고 얘기하기도 어렵습니다. 급한 불을 끄는 정도로 보여집니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까지 지낸 김 회장이 이를 모를 리 없을테죠. 농협의 복잡한 역학구도 속에서 마음 같지 않은 상황들이 답답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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