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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망고맥주'를 맥주라 부를 수 없는 이유

  • 2016.06.24(금) 10:28

하이트 망고링고, 과즙 함량 때문에 '기타주류'로 분류
제품명에 원재료(망고) 쓴탓에 영업비밀 레시피도 공개

'일반적으로 과일향 맥주로 알려진 호가든과 하이트 망고링고 간 차이점이 있다?'

두 제품 모두 맥아에 과실을 첨가한 술이지만, 정체성은 확연하게 갈린다. 주세법상 호가든은 맥주로, 망고링고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맥주인 망고링고를 맥주로 부를 수 없는 이유는 뭘까.

 

◇ 망고링고 "저 맥주 아닙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23일 맥주에 망고과즙을 섞은 망고링고(알코올 도수 2.5)를 출시했다. 망고링고는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와 전분으로 만들고 갈색 맥주병에 담겨 있지만, 맥주로 분류되지 않는다.

 

주세법상 맥주는 맥아(엿기름) 함유량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물론 맥아 외에도 쌀·보리·옥수수·수수·감자·전분·당분·캐러멜 등이 들어갈 수 있다. 또 맥주에 과실을 첨가할 경우 과실의 중량이 맥아 중량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망고링고가 맥주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망고링고의 과실 함유량은  망고농축액(2.3%), 청사과농축액(3.5%) 등 총 5.8%다. 이 과실량이 맥아 중량의 20%를 넘어서면서 주세법상 맥주로 분류될 수 없게 된 것이다. 망고링고의 맥아 비중은 약 29%로 추산된다.

반면 오비맥주가 수입하는 벨기에 맥주 호가든은 맥아에 오렌지껍질과 고수가 들어가지만, 과실 함량이 적어 맥주로 분류된다. 과일농축액이 들어간 호가든 로제의 경우도 맥주로 분류되고 있다. 

▲ "위스키·막걸리 아닙니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더블유 아이스'(왼쪽)와 국순당 '쌀바나나'는 첨가물이 함유되면서,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 깐깐한 위스키 잣대..억울한 바나나 막걸리


술에 대한 잣대는 위스키가 더 깐깐한 편이다. 주세법상 위스키는 발아된 곡류와 물을 나무통에서 숙성해 만든 술로 정의하며, 일체의 첨가물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디아지오코리아가 출시한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위스키 원액을 99.85% 쓰고도, 솔잎·대추 등 첨가물 0.15% 때문에 기타주류로 분류됐다.

망고링고가 레시피를 공개한 이유도 있다. 주류회사에 맥주 성분 함량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영업비밀이지만, 망고링고는 라벨에 망고·사과 함량을 표기했다. 식품 제품명에 원재료를 쓰는 경우 라벨에 원재료 함량을 표시해야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등 표시기준'에 관한 고시 때문이다.

하지만 망고링고가 기타주류로 분류됐더라도 하이트진로가 잃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기타주류도 유통, 세금 등에서 맥주 같은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다만 맥주라고 지칭할 수 없어 마케팅 활동상 제약은 있을 수 있다. 회사 측이 내놓은 보도자료도 망고링고를 '주류 과일믹스'로 표현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주류 과일믹스'는 친숙하지 않은 단어다. 

 

지난 4월 국순당이 출시한 바나나 막걸리 '쌀바나나'는 망고링고와 입장이 다르다. 주세법상 막걸리로 부를 수 없을 뿐더러, 세금과 유통 면에서 많은 제약점을 안고 있다. 쌀바나나는 쌀을 발효해 만들었지만, 바나나 퓨레와 바나나 향이 첨가돼 기타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때문에 전통주에게 주어진 세금우대를 받지 못하고 기타주류의 높은 세율을 적용받았다.

실제로 쌀바나나는 탁주의 주세(5%)가 아닌 기타주류 주세 30%를 적용받으면서 세부담이 늘었다. 또 특정주류도매업자가 취급하던 탁주와 달리, 쌀바나나는 종합주류도매상를 통해 팔아야 되면서 유통 구조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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