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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담뱃값 인상, 정부만 웃는다

  • 2016.06.28(화) 11:20

 
담뱃값이 오를 때마다 생기는 의문이 있죠?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와 세수입 효과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겁니다.

 

두 가지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정부와 국민(소비자)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담뱃값을 인상할 때마다 국민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세우지만, 소비자들은 세수확보가 목적이라고 주장하죠. 

 
지난해에도 담뱃값이 2000원이나 올랐는데요. 그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담배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 크게 줄었지만 하반기,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소비량이 크게 회복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금연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과거의 담뱃값 인상 사례를 분석해 봤습니다. 최근 담뱃값 인상의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겠죠?
 

과거 담뱃값을 올렸을 때, 소비는 얼마나 줄었는지 세금은 얼마나 더 걷혔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대한민국 통계청이 보유하고 있는 1990년부터 2014년까지의 담배소비와 그에 따른 세수입 현황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담뱃값이 올랐던 2015년의 자료는 통계청이 취합한 공식자료는 없었고, 기획재정부가 올 초에 공개했던 담배판매량과 세수입 현황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우선 담뱃값이 올랐던 시점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담뱃값이 오른 시점을 전후로 판매량과 세수입 변화를 봐야 하니까요.
 

담뱃값 인상은 1994년 이후에만 7차례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되는 현재 담뱃값의 틀이 완성되기도 했고요.
 
1994년 1월 1일에 담배소비세가 100원 오르면서 당시 600원짜리 '88라이트'는 700원이 됐습니다. 1994년은 88시리즈 다음으로 히트를 한 국민담배 'THIS'가 900원에 출시되기도 했죠.
 
2년 뒤인 1996년에는 담배에 교육세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갑당 100원~300원이 인상됐고요. 900원이던 'THIS'는 딱 1000원짜리 한 장 가격으로 올랐습니다.


1999년부터는 담배에도 10%의 부가가치세가 붙으면서 담뱃값이 또 올랐습니다. 2001년에는 담배소비세율이 인상됐고요. 불과 1년 후인 2002년 2월부터는 담배 1갑당 150원의 건강증진부담금과 10원의 엽연초생산안정화기금이라는 것이 새로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렵 THIS는 1500원이 됐죠.
 
2005년 1월 1일에는 건강증진부담금이 150원에서 354원으로 오르는 등 1갑당 500원 수준의 담뱃값 인상이 있었습니다. 역대 가장 높은 인상액이었는데요. 2000원이던 에쎄 더원 레종 등은 2500원으로 올랐고, 디스 한라산 등은 15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이후 10년만인 2015년 1월 1일에 기록이 다시 깨지는데요. 비교적 찔끔찔끔 올랐던 과거와는 달리 무려 2000원이나 올랐습니다. 나름 저가담배로 통했던 디스 가격이 4000원이 됐으니까요.
 

그렇다면 소비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사실 담뱃값이 오를 때마다 애연가들은 크게 흔들렸는데요. 가격 인상 때마다 소비가 크게 줄었죠. 이참에 끊어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도 이점을 이용해서 주로 1월 1일을 기점으로 담뱃값을 올리곤 했죠.
 
하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담뱃값이 인상되고 나서 1~2년 이내에 소비는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담뱃값이 오른 1994년, 1996년, 1999년, 2002년, 이후 그리고 2005년 이후를 보면 소비는 가격인상 첫해만 제외하고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판매량과 1인당 담배소비량이 과거보다 떨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담뱃값 인상보다는 금연구역 확대 등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인 압박의 영향이 더 컸
다고 할 수 있겠죠.
 
자, 그러면 애연가들이 궁금해하는 세수입은 어땠을까요? 담배를 팔아서 걷은 세금도 담뱃값 인상 때마다 요동쳤는데요.
 
 
담뱃값이 오를 때마다 세수입이 잠시 주춤하지만 곧 다시 세수가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작심삼일'의 효과라고 할까요? 흡연자들이 다시 담배를 찾은 덕분에 정부는 넉넉한 세수입을 보장받고 있었던 셈이죠. 물론 담뱃값 인상과 함께 정말 담배를 끊었던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요. 전체적인 소비 감소에도 세수입이 늘어난 것은 담뱃세 인상분이 소비감소의 영향을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죠.

특히 2015년에는 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세수입이 많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5년에는 기존 담뱃값이 곱절로 올랐기 때문에 소비 감소 폭이 컸는데요. 세수입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워낙 세금을 많이 올렸기 때문에 인상 첫해부터 상쇄 효과가 나타난 것이죠.
 
 
자, 이제 과거 사례를 현재에 대입해 보면 담뱃값 인상 직후인 올해와 내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겠죠? 올해와 내년에 담배소비량이 상당부분 회복될 거고요.(물론 총량은 오르기 전보다 조금 줄겁니다) 세금은 엄청나게 더 걷힐 겁니다.
 
실제로 이미 2016년 1분기 담배판매량이 8억갑을 돌파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2015년 1분기 5억9000만갑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칩니다. 2014년 1분기 9억3000만갑에도 근접했고요. 아마 2017년엔 좀 더 팔릴 테죠.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고민할 때 이런 소비와 세수입의 추세를 충분히 분석했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금연보다는 세수에 무게 중심이 쏠리는데요. 다음 담뱃값 인상은 언제일지, 또 얼마나 인상될지도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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