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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경쟁자는 레스토랑과 놀이터"

  • 2016.07.01(금) 17:01

개인맞춤형 콘텐츠, 전세계 가입자에 공급
"자체 제작 필요성, 광고는 수익모델 아니다"

▲ 넷플릭스 제품혁신 담당 부사장인 카를로스 고메즈 유리베가 '글로벌 커뮤니티'에 보이는 추천영화 리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인이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의 2%에 달한다고 한다. [사진=김동훈 기자]
 
전세계 8100만명 가입자를 사로잡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은 무엇일까. 넷플릭스는 전세계 190개국 가입자에게 스마트TV와 스마트폰 등을 통해 드라마·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0일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최고콘텐츠책임자(CCO) 테드 사란도스가 첫 방한했으나, 자세한 설명이 부족했다. 해답의 일부를 이날 기자들과 만난 넷플릭스 제품혁신 담당 부사장인 카를로스 고메즈 유리베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 가입자 취향 파악한 개인화 서비스

"넷플릭스 가입자의 시청률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전세계 가입자의 취향이 국가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 드라마의 경우 멕시코 가입자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시청한다는 점 같은 것입니다."

무슨 말일까.

넷플릭스는 처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국가별로 시청률 데이터를 파악하고 콘텐츠를 제공했으나,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전세계에 적용 가능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시청률 데이터를 분석해 누가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분류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가입자를 취향별로 묶은 '글로벌 커뮤니티'를 수천 개 만들었다. 예를 들어 홍길동 씨는 '펄프픽션' 등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에 속하게 되는 식이다. 사는 나라가 달라도 자신과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동일한 커뮤니티에 속한다. 이미 속한 곳이 아닌 다른 커뮤니티에도 동시에 포함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나라에서 만든 콘텐츠를 전세계 가입자가 보게 된다. 한국 드라마 '내사랑 은동아'는 남미에서 만든 콘텐츠를 즐겨보는 전세계 가입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울러 어떤 콘텐츠를 묶어서 제시해야 가입자들이 더 많이 시청하는지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서비스에 반영한다. 카를로스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개인화한 콘텐츠를 전세계에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라며 "한국 영화든 일본 애니메이션이든 그 나라 사람에게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전세계 시청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특정 국가의 콘텐츠가 다른 국가에서 비교적 많이 소비되는 점을 고려해 넷플릭스는 현지 제작사·배우들과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카를로스 부사장은 "그래서 한국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프랑스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드라마의 시즌 전체를 전세계 동시에 출시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소비하는 행태를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드라마 제작사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노출 방식에 개입할 가능성은 없을까. 네이버 검색 광고처럼 돈을 받고 시청자가 보기 좋은 곳에 자주 노출하는 시도 또한 가능할 법하기 때문이다. 그럴 계획은 없다고 한다. 카를로스 부사장은 "제작사의 돈을 받은 콘텐츠를 자주 노출하거나 광고를 받는 것은 수익모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의 경우 서비스 품질에 따라 월 9000원, 1만2000원, 1만4500원 등 정액요금을 받는 게 넷플릭스의 핵심 수익모델이다.

◇ "삼성·LG 등 제조사는 상생 파트너"

넷플릭스는 콘텐츠 자체 외에도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TV 제조사와의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미 사용 편의성이 크게 발달했으나, 스마트TV는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마트폰은 전원을 껐다 켜는 게 간편하고 시청하던 영상을 이어서 보는 것도 쉽지만, 스마트TV는 그런 점들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가입자도 TV를 선호한다. 전세계 가입자 3분의2가 TV 스크린을 통해 넷플릭스를 이용한다. 한국 가입자만 스마트폰 이용자가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스콧 마이러 넷플릭스 디바이스 담당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와는 2008년부터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현재도 중요한 파트너"라며 "이들의 전세계 스마트TV 시장점유율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가전제품 판매량도 늘어난다는 이유로 TV제조사와 상생의 파트너라는 점도 강조됐다. 삼성전자, LG전자 TV 제품 가운데 7가지 품질기준 중 5가지를 충족하는 모델에는 '넷플릭스 추천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기도 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IPTV 업체 등을 경쟁사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레스토랑이나 놀이터처럼 가입자의 시간을 뺏는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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