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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재창조]③혁신은 '이슬비에 옷젖듯'

  • 2016.07.13(수) 10:54

현대백화점 '수평문화' 정착 단계
'일찍 출근하고 싶은 회사'가 목표
'PC오프제' 3년..최근에 휴가 독려

대기업들이 기업문화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기존 직급체계를 허물고, 호칭을 바꾸는 등 오랜시간 굳어진 연공서열식 조직구조에도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에 국한됐던 이런 변화들은 최근 삼성이 '컬처혁신'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양한 시도를 본격화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발 기업문화 변화가 재계 전체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인지도 관심이다. 기업들의 변화 노력에 대한 배경과 주요 내용, 의미 등을 진단해본다.[편집자]


"집에도 안가고 휴가도 안가실 겁니까!"

오후 5시50분이 되면 현대백화점 본사의 모든 컴퓨터 화면에는 이 같은 문장을 붉은색으로 강조한 메시지가 뜬다. 메시지가 뜬 후 20분여가 지나면 본사의 컴퓨터 전원이 꺼진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2014년 도입한 'PC오프제'는 시계가 퇴근시간인 6시10분을 알리는 순간, 본사에 있는 모든 컴퓨터 전원을 내리도록 하는 제도다. 직원들의 '칼퇴근'을 유도하는 이 제도 덕분에 현대백화점 직원들은 나른해지기 쉬운 오후 5시경부터 컴퓨터를 다루는 손놀림이 오히려 빨라진다.

 

2년전 'PC 종료를 준비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로 시작한 이 제도가 직원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자 현대백화점은 최근 여름철을 맞아 휴가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추가로 넣었다.

 

▲현대백화점의 최근 'PC오프' 메시지. 시행 초기인 지난 2014년 메시지에는 없었던 휴가 강조 문구를 넣었다. 직원들의 퇴근시간은 2년전에 비해 1시간 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삼성발(發) 기업문화 혁신 열풍에 앞서 일찍이 수평적 기업문화에 눈 뜬 기업으로 꼽힌다. 물론 10여년전까지만 해도 현대그룹 계열사는 수직적인 체계가 폭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범(凡) 현대그룹 창업 당시부터 내려져 오던 직원들간의 끈끈한 유대감에 더해 유통업 특유의 보수적 분위기가 겹치면서 상하간 수직체계가 깊이 뿌리내렸던 것. 

현대백화점이 수직적 문화를 탈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다. 당시 39세의 나이로 회장직에 오른 정지선 회장은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꾸준히 불어넣고 있다. '직원들이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를 먼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정 회장은 기업문화를 '세로중심'에서 '가로중심'로 변경하는 작업을 10여년 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안식월 제도는 올해로 시행 6년째를 맞아 회사 내에 폭넓게 자리잡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직급이 차장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3~4년에 한번씩 한달간의 휴식을 주는 이 제도는 정 회장이 직접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또 여직원을 위한 각종 사내제도를 시행해 남성중심 문화가 지배적인 유통업계에 반기를 들었다. 보안 전문기업인 ADT캡스와 함께 여직원이 사는 집에 방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직원 홈 안심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에는 여성들이 직장생활에서 겪게 될 애로사항과 극복 노하우를 담은 가이드북을 펴냈다. 성별에 관계없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2014년에는 정 회장의 조직문화 개선 아이디어를 담아 202페이지 분량의 기업문화 지침서를 펴내기도했다. '패셔니스타'라는 제목의 이 지침서에는 '상사에게 의견을 얘기할 때 소신을 갖고 부딪쳐라', '새로운 일을 찾아 행동에 옮기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돼라'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현대백화점 측은 "평소에도 정 회장은 직원들이 일찍 출근하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한다"며 "직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동참하면서 조직문화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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