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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유화업계]③'확 달라질 미래'..선택과 집중을

  • 2016.07.14(목) 15:01

'기초소재→농·생명 화학' 중심 이동
강점 유지하는 아이디어와 전략 필요

석유화학업계가 한국의 중후장대 산업을 이끌고 있다. 저유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에서도 일단 제외됐다. 하지만 장기적 차원에서는 구조조정과 성장 동력 마련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대로 둔다면 조선과 중공업, 철강업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유화업계 현실을 짚어보고 건강한 구조조정의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조선이나 해운 등 존폐 위기에 빠진 다른 산업에 비해선 상황이 낫다. 하지만 이는 국내 기업들의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때문이 아니라 저유가와 제품 시황 강세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호황기를 누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금의 호황기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 3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 석유화학 컨퍼런스’에선 “2014년부터 시작된 석유화학 호경기는 2017년부터 하강하고 2019년까지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중국의 기술력 발달과 공격적인 증설은 우려요소다. 이에 더해 예상보다 빠른 국제유가 상승세 등도 변수다.

 

LG경제연구원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5가지 위험 요소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요 성장 ▲예상보다 빠른 고유가 회복 ▲자급화를 넘어 수출시장 경쟁자로 변신하는 중국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투자 재개 ▲신공정 석유화학제품 생산 공정의 상업화 등을 꼽았다.

 

이런 이유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우호적인 현 시점에 다가올 위기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100년 이상 경쟁력을 지속하고 있는 선진 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 미래를 예측하라

 

화학사업은 기초 물질을 다루고, 신기술 개발로 다양한 소재를 공급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요산업 기반이 매우 넓어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구상함에 있어 미래의 환경 변화와 수요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 글로벌 화학 기업들은 미래 산업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이를 반영해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세운다.

 

독일의 바스프(BASF)가 대표적이다. 바스프는 지난 2001년 ‘바스프 뉴 비즈니스(BASF New Business)'를 설립해 지속적으로 세계 경제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이곳에서 얻은 결론을 바탕으로 바스프의 핵심 성장 분야를 선정해 육성이 필요한 기술을 찾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일본 미쓰비시케미칼홀딩스 역시 2009년 ‘KAITEKI 연구소’를 설립해 미래 사회 모습을 예측하고, 이와 연계된 그룹의 사업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에선 제약과 바이오 등 생명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기초소재 사업에서 벗어나 제약 등 바이오 생명 사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 자료: LG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이 ‘글로벌 톱50 화학기업의 업종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제약기업 비중은 1990년대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했고, 가장 최근에는 30%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기초소재 및 가공소재 등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실제 의약 및 기능성 화학사업을 함께 진행했던 독일의 '바이엘(Bayer)'는 최근 기능성 화학사업 매각 방침을 세우고, 의·농약을 비롯한 생명과학 기업으로 생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홍정기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고령화로 인해 의약품 수요가 확대되고 바이고 기술 혁신으로 고성장을 위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며 “제약 기업들의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 시장가치 측면에선 기초소재기업들을 앞서기 시작했고,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LG화학이 이 같은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제약은 아니지만 큰 범주에서 바이오 생명 분야에 진출해 글로벌 화학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화학사들은 바이오 사업 등 미래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며 “바이오 분야를 미래 성장 방향의 한 축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잘 하는 것’에 올인

 

화학 내에서도 여러 사업 군을 갖고 규모를 키우던 것에서 자사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선진 기업이 많은 유럽의 주요 화학기업은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가속화하고 있다.

 

바스프는 지난 2006년 폴리올레핀 사업을 네덜란드 ‘바셀(Basell)'에 매각했고, 스티렌 사업은 스위스 ’INEOS'에 팔았다. 이에 반해 촉매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의 ‘엥겔하드(Engelhard)'와 독일 'Ciba’(첨가제 사업) 및 'Cognis‘(화장품 기능성 식품사업)를 인수하며 기능성 화학사업을 강화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프랑스 아케마(Arkema)도 기능성 화학 사업에 집중하며 선두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 2006년 석유 메이저 기업인 프랑스 토탈(Total)에서 분사된 아케마는 2010년 미국 다우케미칼의 북미 아크릴산 사업을 인수했고, 다운스트림 강화를 위해 이듬해인 2011년에는 도료와 코팅 사업도 인수했다.

 

반대로 범용 석유화학사업으로 분류되는 바이닐 사업은 스위스 ‘클레쉬(Klesch)’에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세계 3위 이내의 고부가제품 매출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어떤 기업에게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도 다른 기업에게는 핵심 사업이 될 수 있어 유럽에선 기업들이 서로 강해지기 위한 사업 재편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자사가 가진 장점을 파악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홍정기 수석연구위원은 “변하는 환경에선 기존 사업 역량이 어느 순간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면 사업 역량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새롭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새로운 사업 혹은 기술을 기존 역량과 화학적으로 융화시켜 새로운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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