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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Out]②날벼락 맞은 소비자

  • 2016.07.17(일) 18:18

소비자 A/S·중고차값 하락 '설상가상'
딜러사·중고차업체도 타격…거래 급감

폭스바겐 사태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번에는 국내 시장 퇴출까지 거론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인증서류 조작사건은 신뢰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폭스바겐측에서는 현재 이 사안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여론은 아주 좋지 않다. 국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사실에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폭스바겐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문제는 폭스바겐의 퇴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다는 점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새 국면에 접어든 폭스바겐 사태의 현황과 문제점, 예상피해 등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일단 A/S부터 중고차 가격 등 많은 부분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 폭스바겐 자동차를 판매해 온 딜러사들도 피해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의 행정조치로 신차 판매가 어려워진 만큼 딜러사들의 이탈이 점쳐지고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고객들이 불이익을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국 시장 철수도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그동안 폭스바겐이 숨겨왔던 일들이 드러나고 있는데다 이미 피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판단이다.

◇ '된서리' 맞은 소비자들

폭스바겐 소유주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정부의 판매 중지조치가 내려지게 될 경우 A/S 문제가 가장 심각해진다. 판매 중지에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과 딜러사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딜러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폭스바겐 A/S 센터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폭스바겐은 국내에 작년말 기준 30개의 A/S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8개를 추가로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추가 A/S센터 개설을 커녕 폐쇄를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몰렸다. 특히 폭스바겐의 경우 여타 업체들에 비해 판매량 대비 A/S센터 갯수가 부족해 그동안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던 상태다.

따라서 정부의 판매 금지 조치가 실시되면 A/S 품질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부품 수급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딜러사들이 극단적인 경우 A/S센터를 페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폭스바겐 관련 서비스는 크게 위축된다.

▲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A/S문제와 중고차 가격 하락 문제다. 폭스바겐코리아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우려들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차량 인증 취소로 판매가 감소할 경우 일반 정비소에서 취급하는 폭스바겐 부품 수급률도 함께 떨어진다. 이렇게되면 정비료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A/S센터 부족에 서비스 질 저하, 정비료 상승의 피해를 온전히 소비자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상되는 피해는 또 있다. 중고차 가격 하락 우려다. 중고차 가격은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량에 좌우된다. 이번 사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감소시키는 원인이다. 폭스바겐을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큰 악재인 셈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판매 중지 조치가 내려져도 중고차 거래 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붕괴된 상황인 만큼 판매 감소는 물론 중고차 가격도 대략 10% 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딜러사 "우리도 피해자"

소비자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폭스바겐을 국내 시장에 유통해왔던 딜러사들도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제품이 조작됐다는 사실은 모른 채 판매에만 나섰던 딜러사들도 폭스바겐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폭스바겐의 국내 시장 질주에 일조했던 만큼 그 충격도 크다.

그동안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 클라쎄오토, 마이스터모터스, 유카로오토모빌, 아우토플라츠 등 8개 딜러사를 통해 전국에서 39개 매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딜러사들은 은행 차입금을 통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판매에 생존이 걸려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딜러사들의 이탈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가 중지된 브랜드를 부여잡고 허송세월할 수 없어서다. 문제는 이들 딜러사들이 폭스바겐측과 딜러권을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다른 업체에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 폭스바겐 딜러사들도 피해자다. 이번 사태로 딜러사들의 경우 판매 부진에 따른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딜러사들과 영업 사원들의 도미노식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망과 A/S망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들 딜러사들에 속해있는 영업사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판매 수당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이들의 생계마저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다. 영업사원들이 이탈은 곧 판매망과 A/S망의 붕괴를 의미한다.

한 폭스바겐 딜러사 영업사원은 "본사에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아무도 믿는 사람은 없다"며 "벌써부터 조금씩 이직을 알아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업사원도 "작년 사태때만해도 견딜만 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건은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일부 딜러사들과 영업사원들의 이탈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이 단발성 프로모션으로 버텨보려 하겠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것이 가장 큰 타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의 판매실적은 전년대비 33.1% 감소했다.

◇ 중고차 매매 '뚝'…우려가 현실로

업계의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이 중고차 매장이다. 중고차 매장에서는 폭스바겐 모델에 대한 거래가 끊기기 시작했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내놓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찾는 사람이 없다는 전언이다.

서울 장한평의 한 중고차 딜러는 "오늘도 폭스바겐 차를 내놓으려는 손님에게서 여럿 문의가 왔었다"며 "하지만 차라리 그냥 타시라고 했다. 요즘 여기 분위기가 폭스바겐이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분위기다.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예전에 폭스바겐이 잘 나갈 때 물량을 꽤 많이 확보한 딜러들은 지금 아마 죽을 맛일 것"이라면서 "고스란히 재고로 쌓일 판인데다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찾는 사람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라리 폭스바겐 본사에서 속시원히 인정하고 보상에 나서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 폭스바겐 사태는 중고차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장한평 중고차 시장에서는 폭스바겐의 거래가 급감했다. 매물로 내놓으려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사려는 사람은 없다는 전언이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최근 폭스바겐의 거래 건수가 전년대비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판매 금지 조치를 결정하는 시점부터 거래는 더욱 급감할 것이라는 점이다. 폭스바겐 사태가 신차 시장 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태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모든 대외적인 대응을 청문회 이후로 미뤄둔 상태다. 오히려 폭스바겐코리아가 행정소송에 나서면 정부의 행정조치는 최대 2~3년간 미뤄질 것이라며 향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 조작을 시인하기 보다는 이탈하는 고객 잡기에 더욱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게 필요한 것은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수긍할만한 보상책을 강구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실패로 한국 시장에서 퇴출된다면 여타 다른 국가에서도 같은 사례로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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