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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GO 광풍]①현실감에 홀려 깨어난 유희 본능

  • 2016.07.18(월) 18:43

탁트인 야외로 나온 게이머…증강현실 기술
20년된 장수 캐릭터 친숙함에 '세계가 들썩'

최근 출시된 닌텐도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의 흥행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도 보안 문제로 게임 자체가 서비스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속초에서 게임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속초행 교통편이 매진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순히 게임 콘텐츠로서 인기를 끄는 정도가 아니라 숱한 화제를 뿌리며 사회,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켓몬GO의 흥행 비결에 대해 살펴보고 이 게임이 불을 지핀 증강현실(AR) 산업 등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미국에서 시작된 포켓몬GO의 흥행 열풍으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출시 하루만에 다운로드 1억건을 돌파했으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자신이 잡은 몬스터를 자랑하거나 공략법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넘치고 있다. 게임 속 몬스터를 잡기 위해 공원이나 식당에까지 사람이 운집하는 해프닝이 일어나는가 하면 미국 대선 후보들이 이 게임의 인기를 대선에 활용하는 전략을 펼칠 정도다. 이 정도면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니처럼 몰락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던 닌텐도는 포켓몬GO 성공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다. 게임 출시 이후 주가가 급반등, 18일 종가(2만7880엔)가 지난 2010년 6월 이후 약 6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포켓몬GO는 이달 중 일본에서도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져 흥행 열기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낯선 기술 '증강현실'의 신선함

 

포켓몬GO에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에게 낯선 기술인 증강현실을 사용했다는 '신선함'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캐릭터의 '친숙함'을 흥행 비결로 보고 있다.

 

포켓몬GO는 증강현실 기술과 위치 정보를 이용해 현실 세계에서 포켓몬 캐릭터를 잡는 게임이다. 유저가 사냥꾼이 되어 길거리를 직접 돌아다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춘 지도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기반이나 '몸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기존 모바일 게임과는 확연히 다르다. 포켓몬GO 흥행 비결은 최근 대세인 모바일 게임보다 한발 더 나간 신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이 게임에 적용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의 인접 기술로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주체가 가상인지, 아니면 현실인지에 따라 구분된다. 즉 가상현실은 고글과 헬멧을 합쳐 놓은 것처럼 생긴 체험기기를 쓰고 사이버 공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방식이라면 증강현실은 실제 공간 위에 덧입힌 세계에서 유저가 직접 주인공이 되는 방식이다.

 

가상현실의 대표적 기기는 오큘러스VR의 '리프트'나 삼성전자 '기어VR' 등을 꼽을 수 있고, 증강현실 기기로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구글이 만들었던 안경형 웨어러블PC(입는 컴퓨터) '구글 글래스'가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 둘 다 미래 성장 산업의 핵으로 꼽히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디지털 컨설팅업체 디지캐피털(Digi-Capital)의 자료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약 1500만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특히 증강현실 시장이 가상현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콘텐츠만 해도 가상현실은 값비싸고 무거운 하드웨어가 필요한 반면 증강현실은 포켓몬GO와 같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 친숙한 캐릭터, 결정적 한방 

 

사실 포켓몬GO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5년 전에 나온 바 있다. 주요 통신사인 KT가 지난 2011년 내놓은 '캐치캐치'란 게임이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했다. 캐치캐치는 카페나 거리에 숨어 있는 몬스터를 잡아 쿠폰 등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인기를 끌지 못하고 약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등에서도 증강현실과 광고를 결합한 앱들이 나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포켓몬GO가 이전에 나온 게임들과 다른 점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를 투입했다는 것이다. 지난 1996년 2월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용 소프트를 통해 첫선을 보인 포켓몬스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몰이를 하면서 콘텐츠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세계적으로 포켓몬스터와 관련한 콘텐츠 및 캐릭터 상품의 누적 매출은 5조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켓몬스터의 귀엽고 다양한 몬스터들은 일본의 간판 캐릭터로 꼽히고 있으며 게임 소프트는 약 3억개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에서도 가장 성공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게임 소프트가 밀리언셀러로 기록되고 있다.

 

올해로 등장한 지 20주년을 맞는 장수 캐릭터가 게임으로 또 다시 전성기를 누리게 된 배경은 닌텐도만의 독특한 경영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1889년 교토에서 설립된 닌텐도는 사업 초기 화투장을 만들 때 부터 '재미'라는 컨셉에 집중한 곳으로 유명하다. 닌텐도는 화투 사업을 시작할 당시 화투장을 던질 때의 소리와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 소재의 혁신을 이루며 지금의 화투장의 시초를 세웠다.

 

이후 닌텐도는 화투 사업이 한계에 부딪히자 러브호텔이나 택시, 유모차 등으로 외연을 넓혔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그러다 1970년대 콘솔게임 사업에 진출했는데 게임 분야에서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닌텐도는 콘솔 '수퍼패미콤'과 휴대용 '게임보이'로 1990년대 초반 비디오 게임 시장을 석권했으며 2000년 중반엔 듀얼 스크린을 장착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실패와 성공을 오갔는데 사업 초기부터 지켜온 재미를 유지하자는 컨셉과 실패를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건전한 재무구조, 기술이 아닌 유저에 집중하는 특유의 문화가 지금의 포켓몬GO 열풍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닌텐도는 포켓몬스터를 비롯해 '마리오'와 '젤다' 같은 인지도 높은 킬러 콘텐츠를 많이 보유해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닌텐도는 최신 기술이 아닌 기존 기술을 잘 융합해 유저의 재미를 목표로 하는 소프트한 게임 개발이라는 대응 방식을 지속해왔다"라며 "유저의 재미에 집중하는 닌텐도 특유의 문화와 킬러 콘텐츠, 그리고 모바일 기술과의 융합은 장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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