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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험회계 엇박자에 손놓은 보험사들

  • 2016.07.25(월) 18:01

금융위원장 다독이다 한 달 만에 금감원장은 단속
당사자인 보험사들은 사실상 손놓고 '연기' 요구만

"국제기준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면 제도 개선을 본격 추진하겠다. 보험사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노력이 시장에 급격한 충격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6월 10일 '보험업권 IFRS4 2단계 도입 관련 전문가 의견 청취 간담회)

"기준서가 확정될 경우 우리나라만 단독으로 적용을 유예하거나 제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합적인 일정계획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7월 22일 출입기자단 간담회)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 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국제회계기준(IFRS) 보험편의 도입 관련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업계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리 발언'을 할 때마다 혼란이 빚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새 국제회계기준 적용과 관련해서다.

정작 새 회계기준을 적용해야 할 당사자인 보험사들은 도입 연기를 주장할 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보험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만한 큰 변화를 앞두고 너도나도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 뉘앙스 다른 금융위원장-금감원장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보험사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예정대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나라만 적용을 유예하거나 제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020년 도입 예정인 IFRS4 2단계의 핵심은 부채 규모를 원가에서 시가 평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경우 보험사 부채가 지금보다 많이 늘어나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새 회계 제도 도입에 대한 연착륙 방안으로 부채적정성평가제(LAT)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금감원은 LAT를 통해 보험사 부채를 단계적으로 늘려 '일시적인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보험사들은 이런 제도 변화가 급작스럽다며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임종룡 위원장이 "충격을 주지 않도록 차근차근 추진하겠다"고 한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고, 보험업계에선 자연스럽게 이 언급이 보험사들에 준비 기간을 더 주겠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선 제도 도입 자체가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자 진웅섭 원장이 다시 '예정대로 준비하라'고 단속에 나선 모양새다.

◇ 정무적인 '제스쳐'에 업계 혼란

보험업계에 따르면 새 회계기준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기준서를 내놔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일정도 기준서가 나와야 알 수 있다. 공식적으로 기준서는 지난 2월부터 작성되기 시작해 늦으면 내년 2월 중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통상 기준서가 나오면 3년 뒤에 시행되는 점을 고려해 2020년 적용을 예상한다.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새 기준 적용이 IASB 가입국의 의무사항도 아니라는 점이다. 회원국인 일본과 중국, 미국은 IFRS를 도입하지 않았다. 보험사들이 새 기준 적용을 유예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빌미를 주기도 한다. 반면 금감원은 제도 도입이 의무는 아니지만 국제 시장에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엇갈린 메시지는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임 위원장이 지난달 전문가 의견 청취 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보험사를 달래기 위한 정무적인 '제스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비판이 보험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 위원장의 발언과 진 원장의 발언을 잘 살펴보면 사실상 같은 얘기를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뉘앙스에 따라 시장의 해석이 제각각이고 실제 혼란을 주기도 했다"며 "이런 민감한 사안일수록 정확하고 일관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안일한 CEO…적용 유예 기대만

정작 새 회계기준 도입 당사자인 보험사들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애초 IFRS4 2단계 시행시기는 2018년이었다가, 기준서 확정이 늦어지면서 도입 시기가 2020년으로 늦춰졌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준비를 미룬 채 '적용 유예'만 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보험사들의 경우 대부분 오너가 아닌 임기 3년짜리 전문경영인(CEO)들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새 회계기준이 도입돼 문제가 되는 시점은 일러야 3년 뒤인데, 지금 당장 실적을 악화해가면서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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