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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품진로의 모든 것]①17년을 기다린 소주

  • 2016.07.26(화) 10:50

[르포]일품진로 이천 공장가보니
증류식소주 오크통에 10년 숙성
매주 오크통 교체하는 고된 작업

10년 숙성 소주 '일품진로'는 비밀이 많은 술이다. 삼성이 특별 주문·생산한 술, 모 그룹 오너가 쟁여두고 마시는 술 등 일품진로를 둘러싸고 소문은 무성하다. 여기에 '출생의 비밀'까지 간직하고 있다. 일품진로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살펴봤다.[편집자]
 
▲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목통숙성실. [사진 = 회사 제공]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목통숙성실 문이 조금씩 열리자 은은한 나무향이 밀려 나왔다. 서동은 이천 양조팀 과장은 "오크통이 숨 쉬면서 나는 위스키 향"이라고 설명했다.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이 소주를 머금은 향을 뿜어내면서 마치 고목이 우거진 서늘한 숲 앞에 서 있는 듯했다.

목통숙성실로 들어서자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나 봄 직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 쪽 벽면이 반 지하로 설계된 어두운 목통숙성실에 오크통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이 곳에 저장된 오크통만 5000개가 넘는다. 이 오크통 속에 든 술이 바로 일품진로의 원액 소주다. 일품진로는 오크통에서 10년간 숙성한 고급 소주다. 소주가 오크통에서 10년을 보내면서 명주(名酒)가 되어가고 있었다.

일품진로 제조과정은 밥 짓는 것부터 시작한다. 목통숙성실 옆 공간에는 한 번에 쌀 6000~7000kg이 들어가는 대형 '밥솥'이 있다. 고두밥으로 만든 누룩곰팡이를 21일간 발효시켜 막걸리를 만들고, 이 막걸리를 단 한 번 끓여(단식증류) 수증기를 모아 증류식소주를 만들어 낸다. 증류식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45도. 고구마 발효액 등을 여러 번 끓여 낸 주정(알코올 도수 99.9%)을 희석해 만드는 일반 소주와는 완전히 다른 제조방식이다.

 

▲ 증료식소주(원주)는 오크통에서 숙성될수록 점차 색이 노랗게 변한다.

 

보름 만에 만들어진 증류식소주는 오크통에서 10년간 보관된다. 오크통에서 10년이 지나면 투명한 소주 색은 노랗게 되고, 오크통 특유의 향이 배게 된다. 알코올 도수는 10년간 10도 떨어진다. 오크통의 미세한 나무 틈사이로 수분과 알코올이 증발되면서다. 보통 한 오크통에 소주 180L(리터)를 담는데, 10년이 지나면 140L만 남게 된다. 목통숙성실에 강한 위스키 향이 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냥 10년을 기다린다고 일품진로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오크통에 소주를 넣을 때부터 '노동'은 시작된다. 매주 오크통을 밖으로 꺼내 술을 섞는 분리·주입 과정(블랜딩)을 거친다. 오크통의 무게는 약 250kg. 전담 인력은 4명뿐이다. 일 년에 '분리·주입'할 수 있는 오크통은 800여개에 불과하다. 5000여개 오크통의 술을 한번 섞는데 꼬박 5년이 걸리는 셈이다. 서 과장은 "노동집약적 술"이라고 말했다.

고된 작업을 거치는 이유는 술맛을 고르게 만들기 위해서다. 같은 날 같은 술을 보관해도 오크통에 따라, 보관하는 위치에 따라 술맛이 달라진다. 새 오크통에 담근 술은 레드와인처럼 떫은맛이 강하고, 버번(Bourbon) 위스키를 담았던 중고 오크통을 사용하면 '드라이하고 바디감(질감)이 무겁다'고 한다. 오크통이 8단 선반의 어느 높이에 보관되느냐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맛이 갈린다. 선반 '1층'과 맨 꼭대기(8층)간 온도 차이가 2도 가량 나기 때문이다.

 

▲ 1999년에 소주가 주입된 오크통(왼쪽)과 올해 새롭게 술을 담근 오크통.


오크통에서 최소 10년 숙성된 소주는 배합탱크에서 마지막 블랜딩 작업을 거친다. 위스키같은 노란색을 엷게 만들고, 알코올 도수를 10도 낮춘다. 10년간 알코올 도수가 45도(증류식소주)→35도(오크통 숙성)→25도(블랜딩)로 떨어지는 것이다. 투명하고 순한 소주에 익숙한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과정이다.

목통숙성실에서 가장 오래된 술은 1999년 3월에 담근 것이다. 만 17년. 1998년에 만든 오크통은 지난해 개봉해 사용했다고 한다. 십여년전 만든 오크통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대신 매년 새 술도 담그고 있다. 올해는 벌써 오크통 800개에 술을 담갔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의 시간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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