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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후폭풍이 더 무섭다

  • 2013.09.06(금) 14:25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나도 후폭풍 예상
임금체계 놓고 노사대립 지속될 듯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조만간 내려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일 공개변론을 시작으로 올해안에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법원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론이 나오면 그동안 통상임금의 범위를 놓고 대립해온 재계와 노동계중 한쪽은 상처를 입게 된다.

 

문제는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만일 대법원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다면 재계는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고용과 투자 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재계의 의견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 공개변론, 노사 모두 배수진

 

5일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도 재계와 노동계의 기존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노사간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대법관들도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면서 공개변론은 당초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다.

 

재계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해선 곤란하다는 취지의 변론을 이어갔다. 소정의 근로에 따른 1개월 단위의 지급 형태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의 지침과 노사간 합의를 통해 결정한 통상임금의 범위를 지금에 와서 확대해석하는 것은 신의에 반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반면 노동계는 기업들이 상여금을 사실상 급여형태로 지급해 왔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이 다른 수당의 기초가 되는 기본급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 상여금을 이용해 왔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노조들이 지급을 청구한 금액은 사실상 체불임금이라는 입장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공개변론을 마치며 "최고 법원으로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이 사건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사건의 심리를 진행, 올해안에는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 기업부담 증가·고용위축 등 우려

 

판결이 엇갈리고 있지만 최근들어 법원이 노동계의 입장을 용인해주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재계의 불안감은 커져 있는 상태다. 만일 법원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다면 약 38조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재계는 추산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부담금액이 5조원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대 21조원 정도로 예상했다. 계산하는 기준이나 방법 등에 따라 격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한꺼번에 모두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아니고, 재계가 내놓은 숫자들이 과장된 수치라는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관계자 모두가 공감한다.

 

이번 소송이 노동계의 승리로 끝날 경우 기업들은 일자리 축소나 임금 삭감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금 부담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이는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된다.

 

반면 노동계는 기업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부담이 급증하는 것은 아니고,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금체계 정상화가 이뤄져야 노동시장이 선진화된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여의도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통상임금 개념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액의 임금채권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사의 사적인 영역"이라며 "노사합의 무효화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 정부 책임론 부상..임금체계 수술 불가피

 

그동안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들도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모호한 근로기준법의 정비보다 행정지침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다.

 

만일 기업들이 패소할 경우 이같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노동계의 소송이 재계-정부간 소송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지난 3일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권고한 근로기준법에 충실했기 때문에 패소 결정시 정부도 일정부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지속된 임금체계의 수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본급에 각종 수당이 얽혀있는 현재 구조로 인해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이를 유지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임금체계의 단순화·현실화에 대한 논의와 함께 통상임금 산정기준에 대한 명확한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수당을 통합해 기본급의 범위를 확대하고, 상여금은 업무 성과에 연동해 지급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재호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임금제도 변경은 파급효과가 막대하고 이해관계의 대립이 첨예한 만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사전 논의를 통해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접점을 찾는 한편 국익을 감안해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부터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르면 이달중 개선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지만 위원들간 의견이 엇갈리며 결론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금체계 개선이 60세 정년연장 의무화, 근로시간 단축 등의 과제들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앞으로도 재계와 노동계간 첨예한 갈등구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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