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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한국 핀테크, 브렉시트 덕 본 사연

  • 2016.07.26(화) 16:38

무산될 뻔한 런던 핀테크 행사, 대성공으로 '반전'
영국은 '금융 중심지' 강조하고, 한국은 실리 챙겨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우리나라 금융당국 실무자들은 속이 탔습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미칠 충격과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다른 이유로 초조해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국내 핀테크 산업을 총괄하는 부서 실무자들입니다.

핀테크와 브렉시트는 관련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사실 이들의 속이 더 타들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달 뒤 런던에서 핀테크 관련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브렉시트 이후 영국 측과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입니다. 무려 보름 동안이나 말이죠.


◇ 한국이 주최한 '핀테크 행사', 영국이 홍보


금융당국이 마련하려던 자리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한·영 금융포럼과 연계해 별도로 개최하는 '핀테크 데모데이 in 런던'이라는 행사였습니다. 핀테크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여겨지는 영국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을 소개하고 투자도 유치하는, 명분 좋고 실리도 챙기는 행사입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의욕적으로 준비한 이들에게, 브렉시트는 장기적이 아닌 당장 큰 타격을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벌어집니다. 실무자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즈음, 영국 측에서 기다렸던 연락이 옵니다. 당연히 금융당국 실무자는 행사가 취소되지만 않았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진행됐습니다. 오히려 영국 측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던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영국 "브렉시트 불구, 금융 중심지 굳건"

이번 데모데이는 핀테크 산업을 키우려는 우리나라 정부가 주최한 행사입니다. 이미 핀테크 생태계가 발전한 영국 입장에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굳이 갑을 단계로 따지자면, 투자를 유치하려는 우리가 '을'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영국 재무부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필립 하몬드 영국 재무부 장관의 논평도 넣었습니다. 그는 "이번에 체결한 한국과 영국의 핀테크 브리지는 영국의 가장 역동적인 산업에 중요한 진전"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 영국 재무부가 배포한 한국 핀테크 데모데이 보도자료.

이 보도자료를 로이터 통신 등 18개 외신이 다뤘습니다. 150여 석을 준비한 행사장은 200명이 넘는 관계자들로 꽉 찼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국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준비한 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바로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 영국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사례가 된 겁니다. 브렉시트가 확정된 뒤 아마 영국 정부가 가장 우려했던 건 금융 경쟁력 약화였을 겁니다.

이는 영국 측 인사의 언급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앤드류 베일리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 청장은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은 오랫동안 축적된 것으로 단기간 내 복제가 어려워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대규모 투자 끌어내고 MOU 체결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핀테크 데모데이 in 런던'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물론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는 브렉시트 덕뿐만은 아닐 겁니다. 실제 이 행사에 참여한 국내 핀테크 기업 중 11개 업체가 영국 기업과 MOU(업무 협약)를 체결했습니다.
 
일부 업체의 경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영국 FCA와 핀테크 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얼마 전 한국 금융 산업은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비웃음을 샀습니다. 실제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평이 많지만, 세계 시장에서 뒤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핀테크 분야에선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서 이제 막 태동하는 산업입니다. 누가 앞서갈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겁니다.
 
이유야 어쨌든 이제 막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국내 핀테크 산업이 우리나라 금융의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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