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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주권 찾자]②이케아, 사고위험 알고도 '모르쇠'

  • 2016.07.27(수) 10:32

각국 소비자들 "왜 미국서만 리콜되나"
이케아 '벽에 고정하면 안전' 입장 반복
규제없다며 사고 서랍장 판매에 무책임

"말름 서랍장은 미국 시민에게 안전하지 않지만, 영국 시민에게는 안전하다는 건가요?"

지난달 28일 이케아가 운영중인 미국지사 페이스북에 말름(MALM) 서랍장의 리콜을 실시한다며 세부적인 제품 목록을 올렸다. 그러자 세계 각국 소비자들은 페이스북에 이 같은 댓글을 올렸다. 이케아는 어린이 사망·부상 사고가 불거진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서만 말름 제품 리콜을 실시했다. 영국, 호주, 네덜란드, 러시아 등의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인데도 왜 미국에서만 리콜 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글을 다수 올렸다.

이러한 소비자의 반응에 대해 이케아는 "말름 서랍장은 ASTM(미국재료시험협회)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만 리콜을 실시했다"는 일관된 답변을 내놨다. 여기서 ASTM 규정은 서랍장의 모든 서랍을 최대한 앞으로 뺐을 때 가구가 넘어지는지를 평가하는 안전기준이다. 서랍을 모두 뺀 상태에서 5살 어린이의 95%에 해당하는 무게인 약 23kg의 물체를 서랍에 매달았을 때 서랍장이 앞으로 넘어지는지도 기준에 포함됐다.

 

▲이케아 광명점에서 시민들이 서랍장을 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국내에서도 이케아는 같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어린이 사망·부상 사고가 벌어진 미국과 캐나다 외의 국가에서는 해당 규정이 없어 리콜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케아 측의 입장이다.

 

이케아의 해명과 달리 국내 전문가들은 ASTM이 전세계적인 안전기준의 잣대로 통용된다고 설명한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ASTM은 전세계적으로 제품 안전기준에 있어 일종의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에서 서랍장 안전과 관련된 KS마크 인증이 마련돼 있지만, 이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업체의 자율에 맡겨왔다는 것이 국가기술표준원 측의 설명이다. 말름 서랍장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국가기술표준원은 이케아에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중지 검토 등을 권고했지만, 이케아는 홈페이지에 '(제품을) 단단히 고정하세요!'라는 안내문을 올린 후 해당 제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기술표준원은 이케아 서랍장을 포함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서랍장을 조사해 제품에 위해 가능성이 있을 경우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해당 제품을 판매금지하는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말름 서랍장을 판매할 때부터 '반드시 벽에 고정하라'는 문구를 명시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국가기술표준원의 '판매중지 검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를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전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 측 관계자는 "서랍장은 원래 벽에 매달아 쓰는 제품도 아닌데 이케아는 마치 소비자들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정부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안전기준을 마련해 기업에게 자율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더욱 튼튼한 제품을 판매하려는 것과 달리 이케아는 마치 안전기준이 없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결국 정부가 강제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해야하는 상황까지 오게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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